[박웅서기자] 반값 혹은 저가TV 열풍이 불고 있다. 이마켓,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물론 옥션,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에 홈쇼핑 업체들까지 가세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시장이 있으면 간다'는 방침 아래 저가TV를 준비하고 있다.
저가TV 경쟁은 지난 2011년 6월 롯데마트가 '통큰TV'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32인치 LCD TV였던 이 제품은 5개월만에 1만대 가량 팔려나갔다. 12월엔 LED TV 2천대가 추가 판매됐다.
이후 여러 업체들은 연이어 다양한 이름으로 저가TV를 출시했다.
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진 기록은 계속 갱신됐다.
저가TV는 보통 유통업체들이 국내외 중소업체 제품을 받아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TV시장에서 중소업체들의 저가TV가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다. 다만 그동안 국내 TV 시장 대부분을 점유해 온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을 저가TV 싸움터로 끌어내린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 고객들의 TV 구매 요소 중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가 최근 자사 고객 65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TV 구입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화질(23%)과 가격(22%), 화면크기(17%) 등을 중요하게 꼽았다.
브랜드(16%)와 다양한 기능(11%)은 다소 뒤쳐진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팔린 저가TV 4만대 미만…시장 5% 수준
저가 TV가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국내 TV 시장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부족한 수량 탓이 크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그동안 저가TV를 출시할 때 한정 수량으로 판매를 진행해 왔다. 중소업체 역량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픈 마켓의 경우엔 원할한 배송도 한정 판매의 이유가 됐다.
업계에서는 국내 TV시장을 연간 약 200만~230만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디지털 방송 전환으로 인해 20% 가량 판매량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된 저가TV 누적 수량은 약 3만8천500여대 정도다. 유통업체별로 롯데마트 1만2천대, 이마트 1만5천대, 홈플러스 2천대, 옥션 3천300대, 11번가 2천500대, GS샵 2천대, G마켓 1천200대, 현대H몰 500대 등이다.
이 외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중소업체가 직접 판매한 수량까지 포함시킨다 해도 4만대가 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TV 시장을 230만대로 잡고 삼성과 LG의 점유율 95%를 제외하면 나머지 5%는 약 11만5천대로 나온다"며 "한달에 1만대가 채 안되는 수준인데 저가TV가 인기를 끈 기간에 견줘보면 수량이 얼추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수요층 대기업 보급형TV로 쏠릴 듯
결국 나머지 수요는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보급형TV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두 업체 모두 조만간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TV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의 보급형TV 가격은 중소업체 제품보다는 다소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더 싼 제품의 재고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차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브랜드 인지도나 사후 서비스(AS), 품질 등 때문에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고객층도 상당수 있다. 실제 저가TV 열풍이 불기 전까지 대다수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런 성향을 보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가TV라는 니치 마켓이 분명 있긴 하지만 품질에 민감한 우리나라 고객들은 품질을 희생하면서까지 싼 제품을 사지는 않는다"며 "대기업들이 품질을 희생하면서 가격을 낮출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체들의 저가TV 상시 판매는 하나의 변수다.
최근 일부 유통업체들은 저가TV를 한정 수량 없이 상시 판매하거나 앞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GS샵의 경우 이미 1월11일부터 32인치 '대국민TV'를 한정 수량 없이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약 판매 물량 1천대와는 별도로 약 한달새 1천대 가량을 더 판매했다. 11번가 역시 상시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쇼킹TV3' 등 이벤트도 계속 진행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정판매를 넘어 상시 판매를 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장기적으로 한정 수량 없이 상시 판매를 진행하는 유통업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중소기업 제품의 저렴한 가격과 대기업의 보증된 품질을 두고 저울질하게 될 전망이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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