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기술 포럼의 주도적 역할을 맡은 인텔이 기술 개발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이동통신 기술로 육성중인 와이브로 기술이 갈 길을 잃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차세대 통신기술로 LTE를 선택하는 것이 가시화하면서 서서히 와이맥스 기술 조직을 축소하고 투자정책도 소극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은 글로벌 모바일와이맥스포럼 의장을 맡으면서 와이맥스 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이 포럼의 주요 의사결정 기업이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의 스프린트, 클리어와이어, 일본의 유큐 등이 현재 와이맥스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텔이 와이맥스 기술 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돼 관련 업계가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인텔이 와이맥스 전략을 수정하게 되면 관련 칩셋 제조도 어려워져 와이맥스 노트북이나 장비 제조 역시 쉽지 않게 된다.
인텔 고위관계자는 "인텔 내부에서 와이맥스 기술총괄 및 전략을 진두지휘 했던 션 말로니 수석부사장이 지난 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와이맥스에 대한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조직 축소가 가시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인텔은 지난 2010년 초 와이맥스 전진기지로 삼았던 대만의 '와이맥스프로그램오피스'를 철수한 바 있다. 이어 대만 정부는 지난 2011년 '와이맥스를 국가의 정책적 통신망으로 하겠다는 전략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와이맥스에 전념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지만, 인피니온 등 LTE 기술업체를 인수하고 LTE 관련 기술개발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인텔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인텔 소속인 론 하워드 와이맥스포럼 의장도 의장직을 사퇴했고, 인텔 내부에서도 와이맥스 기술보다는 LTE 기반 기술개발에 주력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LTE 관련 기술업체의 인수합병이나 기술제휴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인텔이 와이맥스 기술을 포기한다면 와이맥스 진영은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까지 와이맥스 기술은 인텔과 삼성전자가 지탱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인식이 큰 가운데 한 축을 맡은 인텔이 여기서 발을 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도 일본 유큐 등에서 주문하는 와이맥스 장비를 제조할 뿐, 주도적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대로라면 와이맥스와 국내 와이브로의 미래가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경고했다.
인텔 측은 이에 대한 공식 답변으로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인텔의 기본 기조"라면서 "고객이 LTE 기반의 모바일 기기를 원한다면 인텔은 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며 와이맥스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텔 측은 '와이맥스가 전과 다름없이 인텔의 강력한 전략적 기술개발 분야인가'라는 질문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답해 기조 변화를 인정했다.
LTE에 대한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LTE용 칩셋을 만들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와이맥스가 전처럼 인텔의 핵심분야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인텔의 와이맥스 전략 수정에 따라 와이브로 상용화 및 기술 주도를 이끌었던 국내 통신사와 정부도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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