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부산은 3당 합당 이후 20여년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텃밭이었으나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트리오'가 '야도(野都) 탈환'에 나서면서 4·11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지원 첫 행보로 부산을 택한 것과 민주통합당이 부산을 시발점 삼아 여당 텃밭 공략에 나선 점도 이번 총선에서 부산이 얼마나 중요한 지역인지를 방증한다.
부산에서 시작된 '야풍'이 PK(부산·경남)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총선·대선이 함께 치러지는 2012년 '부산의 선택'에 전국적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현장에서 체험한 부산 민심은 싸늘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먹고 살기 어려우니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다. 특히 지난 20년간 맹주 역할을 했던 새누리당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자갈치시장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씨(49세. 남성)는 "사람들이 새누리당 욕을 많이 한다. 20년 동안 뽑아줬는데 부산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경제가 계속 어렵기 때문에 크게 실망했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상인 김모씨(58세. 여성)도 "정치에 관심 없다. 먹고 살게 해줘야 지 뭘…"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면시장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66세. 남성)는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관심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 찍어줘 봐야 해놓은 게 있어야지…"라고 혼자말을 내뱉었다. 그는 "도대체 하는 일이 없다. 국회의원 수를 절반으로 확 줄였으면 좋겠다"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PC방을 운영하는 양모씨(42세. 남성)도 "새누리당이 잘한 게 뭐냐. 여기서는 새누리당 비판이 많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 안 될 것"이라면서 "민주통합당이 젊은층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동의대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3. 남성)는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새누리당은 싫다. 나이드신 분들은 새누리당 찍는다고 하는데 투표한다면 민주통합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선거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상구에서는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한 우호적 기류가 읽혔다.
사상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전모씨(56세. 남성)는 "요새 민주통합당이 좋은 것 같다. 부산 경제가 너무 어렵다 보니 다들 바꿔야 한다고 한다"며 문 고문의 승리를 점쳤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이 27세의 손수조씨를 공천했는데 아무래도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상인 서모씨(52세. 남성)는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에 대해 "경력도 안 된 사람을 뽑으면 되겠느냐"며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중·장년층을 중심으로는 "그래도 새누리당"이라는 생각이 적지 않았다. 문 고문이 이끌고 있는 '야풍'이 '미풍'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서면역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모씨(61세. 남성)는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변함이 있겠나. 50대 이하 젊은층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50대 이상은 새누리당"이라고 강조했다.
사상구에서 만난 상인 정모씨(52세. 남성)는 "새누리당이 엄청나게 위기인 것처럼 나오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고, 상인 윤모씨(31세. 남성)는 "막상 투표장에 가면 새누리당을 찍으니 아마 새누리당 후보가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황모씨(54세. 남성)는 "'문 고문이 나왔는데 과연 되겠느냐'고 하는 사람도 많다. '바람'이라고 하는데 반반"이라고 말했다.
총선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에서 시작된 '야풍'이 태풍이 되어 몰아칠지,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세에 막혀 미풍에 그칠지 부산 시민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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