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독한 마음을 먹은 듯 직설적으로 말했다.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요금인하 압력이 통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17일 KT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30회 주주총회에서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가하는 정치권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세계 20대 통신사는 지난해 매출이 19% 증가했다. 우리(KT)도 그만큼 증가했다. 하지만 실 매출과 수익이 (늘어나지는 않고) 오히려 어려워졌다. 그렇게 만든 분들이 계시다"면서 "전세계 어느 국가를 봐도 통신요금을 그렇게 인위적으로 내리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이어 "통신산업의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통신이 아닌 비통신산업에 있다. 우리도 그래서 BC카드, 금호렌터카 같은 다른 사업을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융합 ICT 사업을 확대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노력을 해서 매출을 올려도 정부가 나서서 요금을 내리라 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어느나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요금을 인위적으로 내리라고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통신회사를 그냥 아무렇게나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있었던 스마트TV 접속제한 관련 분쟁을 의식한 발언도 했다. 이 회장은 "프리라이딩(무임승차)하는 업체를 그냥 내버려두는 정부도 없다"면서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해 통신망을 보호하는 합리적인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날 주주총회는 이석채 회장 연임 및 주가 하락 등에 불만을 품은 일부 주주들이 총회장을 소란스럽게 했는데, 이 회장은 이들을 향해서도 '그 정열을 다른곳에 쏟으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몇몇 주주분들이 주가가 하락했다며 고함을 치시는데, 그렇게 만든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면서 "지금 이 곳에서 항의하고 (실력행사를 하는) 그 에너지를 그 원인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직접 따지시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력 요금을 한달에 10만원만 내면 에어콘, 온열기를 '무제한'으로 써도 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냐"면서 "이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막대한 재원은 주주들의 비용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인데 이것을 일방적으로 희생하길 강요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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