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와 북미권을 겨냥한 엔씨소프트의 신작 '길드워2'가 상반기 출시 예정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지난 2011년 11월 기준 2천50만장이 넘게 팔린 인기 시리즈이며, '길드워'도 북미·유럽 지역에서 7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그러나 이들 게임의 전작이 나온 시기는 '디아블로2'가 2000년, '길드워'가 2005년으로 각각 12년 전, 7년 전에 시장에 선보였던 셈이다.
그 사이 북미·유럽 지역 온라인게임 시장의 판도도 변화돼 PC패키지형 게임 판매가 주를 이뤘던 이전과 달리 온라인게임 시장에선 정액제 모델과 부분유료화 모델을 각각 채택한 게임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패키지 판매와 정액제 요금을 함께 책정하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가 대표적으로 블리자드는 지난 2011년 11월 기준 정액제 이용자만 1천11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기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한 달 정액요금은 1만9천800원으로 개별 게임이 한 달 내 거두는 매출만 약 2천200억원이다.
2005년 발매 이후 2012년 현재까지 700만장 이상 판매된 '길드워'의 총 매출이 약 2천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패키지형 판매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정액제나 부분유료화 시스템 간의 실적 차이는 엄청나다.
때문에 블리자드와 엔씨소프트 모두 후속작인 '디아블로3'와 '길드워2'에 패키지 형태로 초반 콘텐츠를 판매하되,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부분유료화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 같은 전략에는 '디아블로3'와 '길드워2'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아이온' 같은 장기적인 현금 창출원이 돼주길 바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
'길드워2'를 개발하고 있는 마이크 오브라이언 아레나넷 대표는 지난 2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캐릭터의 겉모습을 다르게 보이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편의성 아이템 등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콘텐츠에 부분유료화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드워2'에서 다른 이용자와 교환할 수 있는 게임머니는 '골드'와 '젬'으로 '골드'는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돈이며, '젬'은 현금으로 구매하는 게임머니다. 오브라이언 대표는 게임에 '골드'와 '젬'을 거래할 수 있는 경매장을 도입해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내 아이템을 원할 경우, 현금과 게임머니를 통해 구매하는 두 가지 길을 모두 열어놓겠다고 설명했다.
블리자드는 이용자들이 획득한 게임 아이템과 머니를 게임 내부에서 거래할 수 있는 아이템 경매장을 '디아블로3'에 도입할 예정이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 게임 아이템 경매장을 '금화 경매장'과 '현금 경매장'으로 나눠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금화 경매장에선 게임 내 화폐인 금화를 이용하고, 현금 경매장에선 실제 현금을 이용해 이용자들 간 아이템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게임법에서 게임에서 우연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아이템의 현금 환전을 금지하고 있어 '디아블로3'의 현금 경매정이 한국에서 도입되기 위해선 MMORPG 장르의 아이템이 여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17일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에는 현금경매장 기능을 제외한 버전으로 '디아블로3'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일단 출시한 후에 정부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현금 경매장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작 MORPG 성향 강해…"출시 이후 반년 후가 관건"
'디아블로3'와 '길드워2'의 공통점은 전작들의 장르가 사실상 수천명이 접속해서 게임을 즐기는 MMORPG 장르가 아닌 10명 내외인 소수의 이용자가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MORPG 장르에 가까웠다는 데도 있다.
MMORPG 장르에선 길드 등 게임 내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지속적인 접속 동기를 부여하는 데 비해, MORPG 장르는 초반에 준비된 콘텐츠를 즐기고 나면 이후에도 그 게임을 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 '디아블로2'와 '길드워' 모두 MORPG 장르의 패키지형 게임이었기 때문에 게임의 엔딩을 보고 난 이용자들이 부분유료화 아이템을 구매하며 수 년씩 게임을 즐기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 게임 모두 전작과는 달리 MMORPG로서 온라인게임의 강점을 '어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는 블리자드가 오는 5월 15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이용자간대전(PvP) 콘텐츠인 '투기장'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제이 윌슨 디렉터는 "'디아블로3'의 출시일을 발표할 날이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반면, 개발팀에선 이용자간대전(PvP) 콘텐츠와 시스템이 아직 개발팀에서 지향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개발팀이 심사 숙고 끝에 투기장 시스템을 보류하고, 게임이 출시된 이후 업데이트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이 윌슨 디렉터는 "투기장 시스템은 비슷한 수준의 팀을 매칭시키는 상대 찾기 시스템, 이용자간대전 관련 업적, 다양한 지형과 구성, 상대 팀에게 승리했을 경우 얻는 보상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등의 콘텐츠와 함께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아블로3' 개발팀에서 향후 '투기장' 시스템에 추가하겠다고 한 콘텐츠들 모두 온라인을 통한 이용자간대전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것이다. '디아블로3'는 현재 북미 지역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북미 테스트에 당첨돼 '디아블로3'를 즐기고 있다는 한 이용자는 "전작인 '디아블로2'가 워낙 뛰어난 게임성을 자랑했던 게임인만큼 테스트 참가를 즐기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체험한 콘텐츠만 놓고 봤을 땐 '디아블로2'의 확장팩을 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재 북미에서 테스트 중인 버전에는 온라인 콘텐츠인 '투기장'이 빠져 있다. '투기장' 시스템은 이용자들이 부분유료화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동기를 제공하는 핵심 콘텐츠로서 블리자드는 '투기장'을 통해 새로운 게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전작에서 캐릭터의 외모를 변경하거나 계정 관련 아이템을 판매하는 극히 일부분의 부분유료화만 적용했던 '길드워2'도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시장은 콘솔 게임 위주로 형성돼 있다 보니 북미 이용자들은 게임 출시 후 패키지를 구매해 초반 콘텐츠를 즐기고 다른 게임으로 옮겨 가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들 게임의 진정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점은 출시 후 반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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