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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연, 정부 R&D 예산 늘기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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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예산 16조…OECD 3위권

[박계현기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배분하는 11조원의 R&D 예산 투자방향에 대해 산업계·학계·연구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는 30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01동에서 '2013년 정부 R&D 투자방향 및 기준 공청회'를 열고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주요 R&D 예산을 배분하는 방식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2012년 정부 R&D 예산 규모는 전년대비 7.6% 증가한 16조원으로 이 중 국과위가 배분 조정을 담당하는 예산규모는 10조7천644억원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총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3위권으로 2008년 11조1천억원에서 4년만에 1.5배 확대됐다.

국과위는 이번 공청회와 내달 5일, 6일까지 로봇·바이오·태양광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각 사업의 예산을 조정·배분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과위는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360여개 연구사업을 상시적으로 평가해 7월 말까지 기획재정부로 예산안을 보낼 예정이다.

산업계에선 중소기업의 R&D인력 부족 현상을 지적하며, 정부 예산이 필요한 곳으로 가야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손진형 코칩 사장은 "한국산업기술협회 2011년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57.7%가 R&D 인력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R&D인력의 이직율이 16.8%로 대기업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이며, 중소기업 연구직의 13.8%가 최근 1년 이내 이직하는 등 인력난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손 사장은 "국가 연구개발과제 중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연구인력이 없다면 '화중지병'"이라며 "정부 R&D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중소기업 R&D 인력이 정착할 수 있는 생태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정진 셀트리온 사장은 "정부 R&D 예산 배분 방식이 연속성·효용성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서정진 사장은 "제약회사의 경우 인체실험 3상까지 갈 경우 5천억원이 소요되는 등 1년 단위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 R&D 예산이 대형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 국가 R&D 예산을 주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 사장은 "국가 예산은 대학이 특허를 위한 연구를 하고, 중소·벤처기업이 특허를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는 과정까지만 투입하고, 대기업은 자신들의 자금으로 이들 연구를 사고 팔도록 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선 정부의 R&D 예산이 총액이나 인원 면에선 충분한 액수지만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선 연구를 평가하는 방식을 양에서 질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우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은 "정부 R&D 예산을 지원할 때 평가는 사족으로 생각해서 이 부분에는 재원 투입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평가도 연구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일 학장은 "연구가 대형화하는 추세가 있다보니 연구분야도 타의에 의해서 좁아지고, 대학에선 대형 사업단이 많아지면서 중견 연구자들이 연구 행정가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개별 연구자나 작은 팀 위주로 지원 성격이나 평가기준을 완전히 다르게 해서 풀뿌리 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 역시 "투자는 평가시스템과 맞물려 있다"며 "정부 예산 지원이 관리보다는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개편되고,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과정을 조성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경찬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R&D 예산이 어디에 투입되고 있는지 국과위의 존재가치가 드러나도록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국가적으로 어떤 기대를 하고 가는지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돼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국과위가 정부 R&D 예산이 투자되는 적정분야를 설정하고, 새로운 투자분야를 발굴해야 한다"며 "국가 R&D 연구주체들이 단일 주체로만 연구할 경우 효율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출연연간 융복합 연구 활성화를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언론계에선 과학자들이 사회·정치시스템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사업전략부문장은 "중소·중견기업 육성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효율성이 감당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시도를 위해선 간접지원 형식으로 변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벤처기업이 활성화 되고, 민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야 실패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것.

김영민 부문장은 "직접지원 하는 경우엔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벤처캐피탈과 같은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또한 창업주가 의결권 약화를 우려해 외부 자금 투자를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경애 디지털타임스 과학담당 차장은 "취재과정에서 과학기술계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과학자가 많지 않고, 젊은 연구자들이 과학자의 길을 가기 위해 너무 많은 길을 돌아서 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전했다.

안 차장은 "R&D 사업 내에서 예산을 배정할 때 연구자들이 연구 홍보활동에 적극성을 띨 수 있는 의무를 부여해서 전문 연구자들이 국민이 관심을 가질만한 과학 이슈를 발굴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 날 공청회에는 산업계에선 손진형 코칩 대표, 서정진 셀트리온 대표가 참석했으며 학계에선 이우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 출연연에선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민간에서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사업전략부문장, 언론계에서 안경애 디지털타임스 과학담당 차장이 참석했다. 사회는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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