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게임업체가 카카오톡에 거액을 투자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 회사의 투자 목적에 관심이 모인다.
텐센트는 공식적으로 카카오 지분 투자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텐센트와 앞으로 어떤 협력을 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투자 이유는 한국에서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설명했다.
텐센트는 중국에서 QQ메신저라는 가장 많이 이용되는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성장한 회사다. QQ메신저 가입자 수는 10억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QQ메신저로 확보한 이용자들에게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급성장한 회사다.
텐센트의 주력 매출원은 모두 한국 게임이다. 한국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총싸움게임 크로스파이어로만 1조원을 넘거 벌어들였다.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도 텐센트의 주력 매출원 중 하나다.
한국 게임으로 재미를 본 텐센트는 본격적으로 한국 게임기업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미 레드덕, 스튜디오혼, 아이덴티티게임즈, 리로디드스튜디오, 탑픽, 넥스트플레이 등에 15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모바일게임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많은 국내 모바일게임업체들이 텐센트와 만났고 그 중 일부는 이미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텐센트가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업체들만을 집중적으로 만나면서 투자처를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텐센트의 돈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텐센트의 이번 카카오 투자도 이와 같은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카카오틀 통해 서비스될 한국 모바일게임들을 중국으로 수입해 중국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할 목적을 가지고 이번 투자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게임 개발업체들이 개발하는 게임보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개발하는 게임의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중국게임업체 한국 지사장은 "중국이 많이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의 개발력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자체 개발한 웹게임 춘추전국시대를 직접 서비스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텐센트코리아가 사실상 한국 공략에 실패하면서 본사차원에서 한국 지사의 필요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높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지사가 온라인게임에서 성과를 냈다면 텐센트가 굳이 카카오톡을 통하지 않고 텐센트코리아를 통해 모바일게임을 공급했을 것"이라며 "한국 파트너로 카카오를 선택했다는 것 만으로도 한국 지사에 대한 본사의 믿음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적은 QQ메신저일 것으로 추정된다. PC 기반 메신저로 대성공을 거둔 텐센트가 카카오의 카카오톡 서비스 노하우를 흡수, 중국 및 전세계에 QQ메신저 모바일 버전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오는 4월부터 카카오톡에 서비스될 가칭 '게임센터'를 QQ메신저에도 도입하기 위한 투자인 것이다.
중국은 아직 모바일게임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았다. 수많은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난립하고 있고 이용자들은 각자 원하는 플랫폼에서 게임을 다운로드받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업체들이 중국에서 아직 성공소식을 들려주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플랫폼 난립 때문이다.
모바일게임업계 해외 사업 담당자는 "중국은 이제 막 모바일게임 열풍이 불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게임 공급 방식이 너무 다양해 쉽사리 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카카오 투자로 QQ메신저 모바일버전을 대중화시키고 이 QQ메신저를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활용, 거대한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까지 평정하겠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인수다. 이미 카카오 지분 13.8%를 확보한 텐센트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2대주주로 카카오 경영에 참여해 회사 가능성을 살피고 기회가 된다면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카카오는 "지분 투자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인수 이야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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