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노키아는 지난 해 이맘 때쯤 야심찬 선언을 했다. 스스로를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 있다고 규정한 것. 이런 처절한 반성과 함께 강력한 변신 의지를 밝혔다.
그로부터 1년. 과연 노키아는 달라졌을까?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썩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처참하다.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9%가 감소했다. 손실액은 18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분기 매출이 97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손실액이 매출의 18.5%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연히 '왜?'란 질문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한 가디언의 대답은 혹독하다.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노키아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 보유액 1년 새 24% 감소
가장 먼저 지적한 부분은 역시 돈이다. 노키아의 순 현금 보유고가 불과 1년 만에 무려 24%나 감소한 것. 노키아의 실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순 현금 자산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억달러가 줄어들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9천만달러가 감소했다.
노키아는 지난 분기 제휴 관계를 맺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플랫폼 지원 비용으로 2억5천만달러를 받았다. 그 부분을 제외할 경우 노키아가 운영비로만 11억5천만달러를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순 현금자산이 64억달러에 불과한 노키아로선 엄청난 비중이 아닐 수 없다.
두번째로 꼽은 건 휴대폰 사업 부문이다. 노키아 최대 매출원이 휴대폰 사업 부문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윈도폰 역시 노키아의 마지막 희망이 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노키아의 스마트폰 사업 자체가 힘을 잃었다. 이번 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51% 감소했다. 게다가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은 제조원가와 같은 수준인 189달러에 머물고 있다. 한 마디로 돈 벌기 힘든 구조란 얘기다.
최근 야심적으로 출시한 루미아 폰 역시 큰 기대를 갖기 힘든 상황이다. 가디언은 이번 분기 노키아의 실적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 본 결과 루미아 폰 판매량이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매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상황이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루미아 폰인 MS의 차기 운영체지인 윈도폰8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을 것이란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키아 입장에선 사면초가 상황인 셈이다.
◆ 파트너 MS, 언제까지 노키아와 행보 맞출까
스티브 엘롭 최고경영자(CEO)가 '불타는 플랫폼'이란 충격적인 선언을 한 것은 지난 해 2월이었다. 하지만 그 때 이후 노키아의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피처폰 사업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스마트폰 역시 대세를 뒤집기엔 힘이 모자란다. 현금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맘 먹고 손을 잡은 MS 역시 '생태계'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선 엘롭을 해고하고 심비안과 미고를 원위치 시켜야 할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40여 년 전 망해가던 가구업체에서 휴대폰 전문업체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했던 노키아. 하지만 이제 노키아는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강풍을 맞고 쓰러지기 직전 상황으로 내몰렸다.
가디언은 "루미아가 계속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엔 MS가 윈도폰을 띄우기 위해 노키아 대신 다른 파트너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아니면 아예 노키아를 통째로 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과연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 있는 노키아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은 노키아 편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더 힘든 지도 모를 일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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