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소프트웨어 설치는 별도로 해드리지 않아요. 요즘은 다들 알아서 잘 하시잖아요."
지난 1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노동절을 맞은 전자상가에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조립PC를 구매하려는듯 저마다 견적를 뽑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불법 소프트웨어(SW)의 온상이라 여겨지는 용산 전자상가에 들러 직접 조립PC 견적을 받으러 다녔다. 소프트웨어의 불법설치 문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립PC판매점 SW 설치 줄고 직접 설치하는 소비자들 늘어나
용산전자상가와 선진상가의 여러 조립PC판매점들을 둘러본 결과, 예전에 비해 SW를 설치해 주는 곳은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최근 삼성, LG 등 대기업 직영 대리점에서조차 불법 SW를 설치해 PC를 판매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다시금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터라 문단속을 철저히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조립PC판매점들의 SW 불법설치가 줄어든 데에는 소비자들의 'IT 능력치'가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한 조립PC판매점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P2P 사이트를 이용해 SW를 설치한다. 다운로드도 어렵지 않고 윈도 등 운영체제(OS)의 설치방법도 인터넷에 다 나와있다"며 "돈 주고 사는 사람만 바보"라고 말했다.
즉, 소비자들이 SW를 직접 다운받아 설치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조립PC 판매점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적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SW를 설치해주지 않는다고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립PC판매점원은 이에 대해 "우리는 영세상점이 아니다. 하루에 판매하는 조립PC의 수만 해도 상당하다"며 "SW를 깔아주고 3만원 내외의 푼돈을 벌려다가 거액의 벌금으로 가게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립PC판매점, 동네 PC수리점 의뢰 권하기도
물론 여전히 불법으로 SW를 제공해주는 곳도 남아 있었다. SW는 정품을 살 경우에만 설치해 준다는 말에 기자가 난감해하자 어느 조립PC판매점은 "정 힘들면 가져오라"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애초에 PC 견적에 SW 설치비용을 포함시키는 곳도 있었다.
SW를 설치를 해주지 않는 많은 조립PC 판매점들은 대신 "동네 컴퓨터 수리점을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동네에 있는 컴퓨터 수리점을 이용할 경우 가격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아직 규모가 영세한 탓에 단속의 위험이 없다는 게 이유었다.
실제 몇 군데의 컴퓨터 수리점을 무작위로 선정해 문의해 본 결과 모두 쉽게 SW 설치 요구를 수용했다. 한 컴퓨터 수리점 측은 "PC를 가져올 경우는 3만원, 출장을 나가게 되면 1만원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상가와 선인상가의 불법SW 복제 비율이 줄어들었다 해도 그 원인은 SW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변화'라기보다 '능력변화'에 가까워 보였다. 과거 조립PC판매점이 대신 해주던 일을 소비자들이 직접하는 것에 불과할 뿐, 정품 SW 사용에 대한 인식변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였다. 근본 해결 아닌 '풍선효과'인 셈이다.
한편, 지난해 SW 온라인 불법복제 피해금액은 약 2천100억원으로 알려졌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