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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유럽 구상' 어떤 내용 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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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강조한 '제2의 신경영' 선언할 수도

[이균성기자]이건희 회장 일가가 한 달 가량의 장기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향후 삼성 그룹 경영에 관해 새로운 구상을 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귀국 이후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인지에 대해 재계가 적잖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출장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부인인 홍라희 여사,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동행했다.

과거에도 이 회장 가족이 동반 해외 출장을 간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출장의 경우 그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 재계가 더 주목하고 있다. 일상적인 출장이 아니라 뭔가 큰 구상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한다.

삼성 측은 이런 해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삼성 그룹 미래전략실 고위 관계자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상황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측은 이들의 출장에 대해 "유럽의 지인과 고객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설명한다. 또 이재용 사장의 출장은 길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COO로서 국내에 할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최근 들어 사장단뿐만 아니라 임직원까지 두루 만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제창할 때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측근을 넘어서서 전체적인 사내 환경을 조사한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내년이 ‘신경영 20주년’이어서 이런 해석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근 삼성이 처한 환경을 감안해 이 회장 일가가 2가지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보인다.

◆'창의력' 강조한 '제2의 신경영' 선언할 수도

이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창한 ‘신경영’의 핵심은 ‘품질’이다. 해외 유통 현장을 둘러본 뒤 삼성 제품이 한 쪽에 처박혀 있는 것에 격분한 뒤 ‘품질 향상’에 사력을 집중할 것을 강조한 게 ‘신경영’의 요체인 것이다.

신경영 20년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TV, 휴대폰 등 주요 전자제품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석권했다. 기술과 품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장악력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년 전 경영에 복귀하면서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소니, 도요타, 노키아 등 한 때 삼성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유력 기업이 한 순간에 휘청하는 것을 보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심기일전하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며 또 큰 성과를 냈다.

이런 약진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는 ‘오너 경영의 힘’이라고 추켜세웠다. 삼성의 경우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오너가 있어 적절한 시점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칭찬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으로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선발 업체가 만든 시장에서 품질로 선발 업체를 추격해 따라 잡는 방식에 익숙했던 삼성이 사상 처음 불의의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다. 바로 애플이다. 휴대폰 시장서 어느 날 갑자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업체가 나타나 전체 시장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신경영의 힘으로 쌓아온 기술과 제조력을 기반으로 다시 애플을 따라잡았지만 아이폰(사진)한테 당한 일격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존재한다.

추격하는데 익숙하다 거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이제 쫓기는 입장이 된 삼성으로서는 그 트라우마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경영 기법이 요구된다. ‘창의적인 힘’이 강조된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고 기업 전반의 문화를 그쪽으로 바꿔야 한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전문가들이 ‘관리의 삼성’을 넘어 ‘창의의 삼성’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고 그게 이 회장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연말 대선과 관련된 정치 이슈들도 고민할 듯

위 사안에 비하면 작은 이슈일 수도 있지만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국과 재계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겉으로 발표할 일은 아니지만 오너의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태인 삼성으로서는 끊임없이 정치권의 입법 활동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야당이 집권할 경우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참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그렇다고 편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관계 설정이 영 부담스럽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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