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많고 많은 아이템 중에 특별히 카메라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메라는 휴대폰이나 TV 등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고 이 회장이 지금까지 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쏟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알려진 것은 30일 오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순택 부회장의 입을 통해서다.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김 부회장은 "어제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의 사장단이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휴대폰과 카메라 등 통신 관련 신제품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경쟁사를 어떻게 이길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휴대폰이야 애플과 삼성이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만큼 관심이 가는 게 당연하지만 카메라의 경우 좀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이 카메라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디지털 카메라는 전자기기 산업 중 아직까지 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라는 점이 꼽힌다. 콤팩트 카메라의 경우엔 스마트폰에 밀려서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매년 10% 이상씩 꾸준히 시장 규모가 늘고 있다.
군침이 도는 시장인 건 분명한데 삼성에겐 마뜩잖다. 삼성테크윈에서 분사된 삼성 디지털이미징을 지난 2010년 인수해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꾸렸지만 부진한 실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삼성 카메라 중 최고 라인업인 미러리스 카메라는 지난해 소니에게 국내 1위 타이틀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이 부분에서 이 회장의 '1등 집념'이 작동했을 수 있다.
삼성만의 '스마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올셰어' 기능을 통해 자사의 여러 IT기기들을 한 데 묶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스마트TV, 태블릿 등 다른 제품들이 대부분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웃풋' 디바이스인데 반해 디지털 카메라는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인풋' 디바이스다. N스크린 구현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기기인 셈이다.
지난 29일 이 회장이 유럽 순방 두 귀국 후 처음으로 가진 오찬 자리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종균 무선사업부장(사장) 등 삼성전자 핵심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중 신종균 사장은 지난 7월부터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무선사업부와 함께 총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점에서 이 회장의 카메라 경쟁력 강화 주문은 신종균 사장에게 내리는 '원 포인트 특별 지시'일 수 있다. 삼성 디지털이미징사업부는 올해 들어 '스마트 카메라' 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 카메라에 와이파이 기능을 전략적으로 탑재하고 있다. 지난달 말엔 미러리스 카메라에 세계 최초로 와이파이 기능을 채용한 신제품 'NX20'을 출시했다.
카메라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과거 독일의 유명 카메라 제조업체를 인수한 바 있고 일본 제조사와 함께 DSLR 카메라를 출시하기도 했다"며 "현재는 사업을 중단했지만 의지만 있다면 DSLR 카메라 사업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카메라 제조사 '롤라이플렉스'를 인수한 바 있다. 카메라 사업이 삼성테크윈에 속해 있던 지난 2005년엔 일본 펜탁스와 기술 제휴를 맺고 DSLR 카메라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는 독일 렌즈 제조사 슈나이더로부터 렌즈 인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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