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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데이터 과소비' 시대, 부메랑 맞은 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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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땅에 떨어진 데이터 가치, '재고' 필요

[강은성기자] 2년전인 2010년 8월29일, SK텔레콤은 톱스타 장동건을 내세워 캠페인을 전개했다. '언제 어디서나 막힘없이 콸콸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스마트폰으로 무선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마음껏 사용하라는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한 것.

SK텔레콤이 8월25일 출시한 데이터무제한요금제에 가입하면 3G 데이터를 콸콸콸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캠페인의 골자였다.

이 때까지 '와이파이' 우위를 강조했던 KT도 불과 10여일만인 9월10일, SK텔레콤과 동일한 가격의 데이터무제한요금제를 출시하고 SK텔레콤에 맞불을 놓았다. KT는 특히 아이폰4를 같은 시기 독점공급하면서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을 적극 유도했다.

당시 통신 기술 전문가들은 "9만원, 10만원짜리 고가요금제 가입자라 하더라도 요금에 리미트(한계)가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해당 용량 내에서 데이터를 이용하려는 '제어기제'가 발동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요금 한계가 사라지는 순간 이같은 심리 제어기제도 무너져 소비자들의 3G 이용량이 상상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통신사들의 경쟁적인 데이터무제한요금제 출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KT는 입을 모아 "데이터를 정액요금제 이상으로 초과해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 가입자의 10%도 되지 않으며, 이중 헤비유저(초다량 이용자)는 0.1%에 불과하다"면서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데이터, '물쓰듯' 해도 문제 없을 줄"

통신사들의 시각과 달리 전문가들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통신사들은 요금제 출시 6개월도 안돼 '트래픽 폭발 현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0.1%에 불과하다던 헤비유저는 한달 최대 수백GB의 데이터를 소모하며 인근 통신 기지국을 마비시키는 사태를 불렀고 일반 대중의 데이터 이용량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급기야 스마트폰 통화품질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전화가 이유없이 뚝뚝 끊기는 '통화절단율'이 치솟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콸콸콸'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무선 데이터로 여겨졌지만, 제한적인 '주파수'를 이용하는 까닭에 땅에 매설한 광케이블로 이용하는 유선초고속인터넷과 같은 식으로 이용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주파수 총량은 320㎒ 폭이 전부이며 이마저도 3년 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2010년 스마트폰 도입 이후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여름 총 50㎒ 폭을 추가 할당해서 이 정도다.

희소한 자원인 주파수의 가치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10년 방통위가 할당한 800㎒ 및 900㎒, 2.1㎓대역폭 주파수는 10년 이용대가로 최대 2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데이터 폭발 현상'이 현실화된 2011년, 경매방식으로 할당된 1.8㎓ 주파수는 같은 용량과 같은 이용기간에 가격은 9천950억원으로 뛰었다.

때문에 방통위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마련해 당장 2013년까지 170㎒ 폭의 주파수를 추가 확보하고 2020년까지 600㎒ 폭으로 확대하는 등 '모바일 영토 확장' 계획에 돌입했다. 주파수가 부족하면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이동통신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1년 통신사들도 통신 망 정비에 박차를 가했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통신대란'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SK텔레콤과 KT는 2011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각각 100% 이상 늘어난 9천억원 상당의 망증설 투자비용을 집행했다.

LG유플러스를 포함해 통신3사의 LTE 투자가 2011년 하반기에 대부분 집행된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에는 2조원 가까운 금액이 3G 통신망 증설에 투자된 것이다.

◆'물 아닌 기름같이' 인식해야

현재 3천만 스마트폰 가입자 중 50% 이상은 데이터무제한요금제를 통해 무선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업그레이드 된 통신망으로 인해 과거에는 다소 버거웠던 동영상 감상도, 실시간 음악 스트리밍도 문제없이 이용한다. 뚝뚝 끊겨 도저히 사용할 수 없었던 스마트폰 무료통화 앱(mVoIP)도 이제 꽤 쓸만한 수준이 됐다.

카카오 보이스톡의 통화품질이 좋다고 하지만 이는 그만큼 통신망이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 통신망이 고도화 될 수록 데이터서비스인 mVoIP의 품질도 자동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콸콸콸' 써도된다며 마케팅전에 나섰던 통신사들도 이제는 '제 발등을 찍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용자들의 귀에 진심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제 '데이터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104년만의 가뭄이 오면서 물을 아껴쓰고 전력 '블랙아웃' 두려움이 현실이 되면서 전기를 아껴쓰듯, 유한한 자원인 데이터 역시 아껴서야할 자원으로, 과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정책 전문가는 "일종의 '미끼상품'처럼 데이터를 내주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통신산업의 특성과 망투자를 통한 인프라 고도화를 고려할 때 이용자가 스스로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과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고화질 영상으로 좋아하는 프로야구 경기를 실시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아기자기한 카페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는 것도, 문자 대신 카카오톡으로 친구와 끊임없이 채팅할 수 있는 것도 결국 통신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통신망에 투자가 중단된다면 현재 향유하고 있는 편리한 데이터 서비스들은 하나둘씩 단절될 수 밖에 없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 이용량은 60배 늘어났지만 수익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경쟁을 위해 통신망 투자를 해 왔지만 이처럼 수익 감소가 지속되면 투자 여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통신정책 전문가는 "통신망의 지속적인 발전과 데이터 서비스의 원할한 이용을 위해서도 이용자들의 '데이터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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