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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미관' 때문에 인터넷 설치비 더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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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도로법' 개정해 통신선에 세금…시골 거주 서민에게 부담

[강은성기자]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추진중인 도로법 개정이 엉뚱한 곳에서 주민 피해를 일으킬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주에 설치된 공중선(전선, 통신선, 케이블)에 대해 ▲관리청의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령은 지난 6월12일 입법예고 됐으며 현재는 법안 시행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문제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이 법률 개정이 엉뚱하게 인터넷 및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요금인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개정된 법령이 시행되면 최악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설치비용 등이 인상돼 국민의 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설치 거리 늘어날 수록 '추가요금' 내라?

개정 시행령에는 '전주에 설치된 공중선'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야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와 그를 가로지르는 전선을 말한다. 이 전선에는 건물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과 전화 등의 통신선, TV를 볼 수 있는 케이블 선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토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면 한국전력이나 KT 같은 통신사가 추가 전선을 설치하거나 철거할 때마다 해당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추가 설치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점용료'를 내야 한다.

통신이용료는 가계경제 부담에서 식비와 교육비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서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에 대한 '점용료'까지 부과한다면 그 부담이 인터넷 설치비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 이승진 실장은 "통신사업자의 케이블 총 길이는 약 70만km(케이블 사업자 제외) 정도 된다. 이 길이를 개정 법률에 따라 점용료를 지불하게 되면 7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단순히 기존에 설치된 전선에 점용료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추가로 설치하는 전선에 대해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바라보고 있다.

이승진 실장은 "현재는 전선 점용료를 정액제로 이미 내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정률제로 바뀌게 되면 전선을 몇 구간, 몇 km 설치했느냐에 따라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즉 전선 설치에 대해 정률제로 세금을 부과하면 초고속인터넷이나 전화를 놓기 위해 전선을 수십km씩 설치해 들어가야 하는 시골 지역 거주민들이 설치비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통신업계에서는 점용료 부과체계가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인상되는 금액이 연간 3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미 통신선이 충분히 구축돼 있는 도심 거주 시민은 설치비에 별 차이가 없을테지만 소득수준이 도시보다 낮은 도서산간 지역 거주민들은 되레 설치비를 많이 내는 역차별을 받게 돼 정보화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전선을 하나 설치하고 철거할 때마다 일일이 해당 지자체에 허가를 얻어야 하는 복잡한 행정절차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허가제'를 도입하려 하는데 이는 현재 통신서비스 관련 '신규 설치 및 해지'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이용자들은 현재 초고속인터넷이나 전화 등 통신서비스의 신규 개통 및 해지 신청을 할 때 고객 댁내 방문일자 조율을 제외하고는 당일접수, 처리가 가능하다"면서 "이같은 신규 개통이나 해지 접수는 서울 강남구 기준으로 일 평균 신청건수가 500~600여건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전선 신규 설치나 해지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내줄 경우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겠냐는 것이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이승진 실장은 "서비스 가입, 해지가 잦은 통신서비스의 특성상 도로점용 허가 절차로 인해 통신서비스 제공이 지연될 경우 국민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전주의 점용허가를 받는데 평균 14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당일 개통·해지되는 통신서비스가 신청 후 14일 정도 소요된다면 개인은 물론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 많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도 반대 의견 낼 듯

이같은 국토부의 법률 개정 추진에 대해 통신산업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전기사업법 및 지중화 고시개정을 통해 지자체가 공중선 환경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지중화 사업에 통신사업자가 일정 비율의 비용을 부담하는 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담당부서가 적극 나서 개정안에 대한 부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도로법 시행령의 법적인 문제점을 의뢰하는 등 법률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진 실장은 "국토부는 전주에 매달린 공중선의 정비를 유도하기 위해 점용료를 부과한다고 개정사유를 밝히고 있으나, 공중선 정비는 점용료와 무관하게 통신사업자와 한전이 공동으로 '그린 캡코(Green Kepco) 사업을 통해 연간 1천 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 개정안은 환경개선보다는 지자체의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임이 명백한 바 이로 인해 이용자가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서울', 여기까지 불똥

당초 국토부가 이같은 법률 개정을 추진한데는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시절 추진했던 '디자인서울'과 관련이 있다. 서울시는 도심 곳곳, 특히 주택가 등에 세워져 있는 전봇대와 이를 가로지르는 전선들이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한전에 전선 설치에 대한 인허가 권리를 주장했다.

아울러 한전이 현재 받고 있는 점용료를 지자체가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법원에 '한전의 부당이익 환수'에 대한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한전은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고 급기야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게 됐다.

3년여를 이어오던 법정 공방은 최종적으로 한전의 승리로 이어졌다. 지난 5월24일 대법원은 "전주는 전선과 전선을 연결하는 시설물로서 전선과 일체가 되어야 전주 본래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통신주(전주)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은 경우 그 점용허가를 받은 이(이를 임차하는자 포함)가 설치하는 통신선에 대하여도 점용허가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해석했다.

이어 대법원은 "현행 도로법 및 시행령이 전선(통신선)에 대해 별도의 점용료 산정기준을 정하지 아니한 것은 위와 같은 고려가 전제된 것"이라며 "공중선은 전주 설치의 목적상 전주 점용시 공중선도 함께 점용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서울시는 국토부와 함께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 전주를 지자체 관할 아래 두려고 한 것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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