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한국에서 승리한 삼성이 미국에선 애플과 소송에서 사실상 완패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새너제이 지역법원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삼성이 애플의 실용 및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10억5천만달러 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UMTS 관련 특허 외에는 삼성의 통신 관련 표준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이 같은 평결을 토대로 삼성이 요구한 피해보상액은 한 푼도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은 삼성에 피해 보상할 필요 없다"
이날 배심원들은 21시간 가량의 평의 끝에 전격적으로 합의 평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평결 발표 전부터 배심원단이 애플 쪽에 유리한 결정을 한 것 같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실제 평결 결과 역시 예상 그대로였다. 이날 배심원단은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주요 제품들이 애플의 실용 및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일단 삼성측이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바운스백은 화면을 맨 아래까지 내리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와 해당 화면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술이다. 또 손으로 사진을 넘기는 기술을 비롯해 멀터터치 줌 기능 역시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권에 대해서도 폭 넓게 인정했다.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일부 제품이 제품 검은색 전면부와 전면 베젤, 아이콘 등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배심원들은 삼성이 고의적으로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함으로써 아이폰 특유의 '트레이드 드레스'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갤럭시탭10.1에 대해서는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날 배심원단은 "삼성이 최소한 애플의 특허권 5개에 대해서는 고의로 침해했다"면서 "10억5천185만달러를 애플에 보상하라"고 평결했다.
반면 삼성이 제소한 통신 특허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ETSI 표준 특허권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다른 통신 특허들은 대부분 기각했다. 특히 배심원들이 애플 측의 '특허 소진론'도 받아들임에 따라 삼성은 칩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배심원들은 이 같은 평결을 토대로 삼성이 요구한 2억5천만달러릐 피해 보상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루시고 판사, 한 달 내 공식 판결할 듯
이 때 판사들이 간혹 배심원 평결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의 규모나 성격상 루시 고 판사가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지난 달 30일 시작된 이래 4주 만에 결판이 난 것. 배심원들 역시 21시간의 평의 만으로 700여 건에 이르는 이슈들을 정리할 정도로 속전속결로 결판났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논란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관련 특허 같은 복잡한 이슈를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평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재판 시작 전부터 특허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제대로 된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소송에서 복잡한 통신 특허는 거의 인정되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눈에 쉽게 띄는 디자인 및 실용 특허권이 대폭 인정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배심원 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논리'가 아니라 일반인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1심에서 삼성이 완패함에 따라 당장 미국 시장에서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이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예상돼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두 회사간 공방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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