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나섰다.
11일 삼성전자(대표 권오현)는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2013년형 김치냉장고 '지펠 아삭 M9000'을 출시했다.
이날 출시된 '지펠 아삭 M9000'(이하 M9000)의 가장 큰 특징은 용량. 자사 기존 모델인 508리터 '지펠 아삭 그랑데스타일 508'은 물론 지난 8월23일 위니아만도가 선보인 553리터보다도 큰 국내 최대 567리터급 제품이다.
M9000은 특히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담당 윤부근 사장이 손길을 거친 두 번째 제품이기도 하다.
윤 사장은 지난해 12월부터 TV 제품을 생산하는 VD사업부는 물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후 그는 오는 2015년까지 생활가전 전제품을 세계 1등으로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존과는 차별화된 전략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신…김치냉장고 트렌드 다용도로 변화
현재까지 출시된 일명 '윤부근 가전'은 모두 2개. 이번 김치냉장고 'M9000'과 더불어 지난 7월 선보인 900리터 대용량 냉장고 'T9000'이 있다.
모두 초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전에도 고가 제품들이 없진 않았지만 올해 들어 확실히 구체화된 분위기다. 두 제품 모두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모델 시리즈 넘버인 '9000'이 붙여졌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900리터 양문형 냉장고 삼성 '지펠 T9000'은 새로운 '와이드 상(上)냉장, 서랍식 하(下)냉동' 시스템을 적용한 T-타입의 내부 구조를 지녔다. 특히 제품 출고가가 349만원~399만원대로 공격적으로 책정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10일 만에 주문량이 급증해 기존 모델보다 3배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출시 한달이 지나자 1만대 판매 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경기침체 등 어려운 상황과 1인가구 급증으로 인해 대형보다는 소형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이번 신제품 'M9000'은 'T9000'보다 더 비싸게 가격이 결정됐다. 최소 410만원, 많게는 490만원대로 500만원을 거의 육박한다. 'M9000'이 김치냉장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 정책인 셈이다.
'T9000'의 성공이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확신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국총괄 생활가전마케팅그룹 김중호 상무는 "지펠 T9000도 당초에는 시장에서 10% 정도 비중을 가져가지 않을까 예상했다"며 "하지만 출시 두달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 20%를 넘어 30%를 육박하고 있다"며 이를 설명했다.
이어 "10년 이상 쓰는 고가 프리미엄 제품은 생각보다 시장 비중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게 최근 가전 트렌드"라며 "김치냉장고 M9000 역시 400만원대 이상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은 약 1조2천억원 규모로 몇년째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 수량 기준 약 100만대 수준의 시장 규모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이상 늘어나고 있지 않은 것.
해외 수출을 늘리기 어려운 제품 특성상 신규 시장 창출보다는 교체 수요를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시장 트렌드를 바꿔놓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에서 전체 수량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겠지만 매출 기준 시장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선 그만큼 생활가전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 이득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엄영훈 전무는 "소비자 조사 결과 국내에서 김치를 먹는 양이 줄고 김장 양도 줄고 있어 김치만 보관하기엔 300~400리터면 충분하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쌀, 와인, 건어물 보관 등 김치냉장고 트렌드가 다용도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웅서기자 cloud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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