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활가전 제품 이름을 두고도 경쟁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제품명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방식의 작명법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작명부터 상대를 견제하려는 신경전이 치열한 양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7월부터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 2013년형 생활가전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천 단위' 제품명을 짓고있어 눈길을 끈다.
양사가 프리미엄 정책에 따라 생활가전 라인업에 일관된 제품명을 붙이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 7월 900리터급 대형 냉장고 신제품을 발표했다. 제품 이름은 '지펠 T9000'으로 정해졌다. 새로운 제품 구조(T-타입)와 최고급 프리미엄 제품(Top),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Timeless)를 뜻하는 'T'와 숫자 '9000'이 합쳐진 이름이다.
지난 11일에는 김치냉장고 'M9000'을 출시했다. 제품명에서 'M'은 3중 메탈냉각과 타임리스 디자인 구현을 위해 적용한 메탈 소재를 의미한다.
두 제품 모두 이름 앞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알파벳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각 제품의 고유한 특징을 쉽게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또, 각 제품명에 붙은 숫자 '9000'은 삼성전자의 최고급 프리미엄 모델을 상징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 단위로 제품명을 사용하는 것은 삼성 TV에서 사용하던 방식"이라며 "특히 9000 시리즈는 프리미엄 제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생활가전 중에서는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외에도 지난 17일 출시된 프리미엄급 진공청소기에도 'L900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알파벳 'L'은 오래 가는 흡입력(Long Lasting)과 최고급(Luxury)의 뜻이다. 이들 가전을 '윤부근 가전'이라 부르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삼성의 '9000' 시리즈에 LG는 '9100' 시리즈로 맞대응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T9000'을 선보인 이후 약 12일 뒤인 8월16일 910리터급 '디오스' 냉장고를 공개하고 예약 판매를 실시했다.
특히 처음에는 그냥 '디오스' 냉장고였지만 제품이 정식 출시된 8월21일부터는 'V9100'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세계 최대 910리터 용량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20일에는 2013년형 김치냉장고 신제품이 출시됐다. 이 제품의 이름은 '디오스 김치톡톡 K9100'으로 정해졌다.
910리터 대형 냉장고 'V9100'의 'V'는 '가치'를 의미하는 'Value'에서 따왔다. 아울러 김치냉장고 'K9100'에서 'K'는 김치를 의미한다.
숫자 '9100'은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에 대한 LG전자의 의지로 파악된다. 실제로 LG전자가 자사 가전제품에 '9100'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9000 시리즈보다 한 단계 높은 숫자를 붙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부터 프리미엄 가전에 '9100'이라는 제품명을 붙이기로 했다"며 "일단은 프리미엄 냉장고 제품에만 9100을 붙이기로 했으며 세탁기 등 다른 가전 제품명에도 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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