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공방…LG "법적조치" vs 삼성 "대응 안해"

[박웅서기자]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냉장고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삼성전자가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LG전자 역시 과거 갤럭시S2의 액정 발열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적 있다며 반박했다.

LG전자(대표 구본준)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당 광고 행위 금지에 관한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광고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22일 삼성전자 공식 혼수가전 블로그 '신부이야기' 및 유튜브에 문제의 광고를 게시했다. 9월21일에는 유튜브에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라는 추가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동영상들에서는 냉장고를 눕혀 물을 붓거나 음료 캔, 참치 캔을 넣는 방식으로 용량을 측정하는 모습을 연출, 삼성전자 제품이 LG전자 제품에 비해 실제로는 더 많은 양을 보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문제의 광고에 쓰인 방법들이 정부의 공식 규격인증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의 즉각 중지 및 사과, 관련 책임자의 문책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통해 발송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LG전자 HA사업본부 윤경석 냉장고 연구소장은 이번 동영상과 관련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3의 공인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하기도 했다.

◆LG "국가 표준 신뢰성 훼손" vs 삼성 "자막 통해 자사 실험 밝혀"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국제 표준을 무시하고 자신들을 폄훼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1차 동영상(물 붓기)에 '삼성 지펠은 KS(한국산업규격)을 준수하여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라고 표시해 마치 물 붓기가 KS규격에 의한 적법한 측정 방식인 양 교묘하게 소비자를 기만하고 국가 표준의 신뢰성과 권위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두번째 동영상과 관련해서는 "자막만 '자사 실험치 기준'으로 바꾸었을 뿐 여전히 소비자를 오도하고 경쟁사를 폄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동영상 내용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화면에 자체 실험치 기준임을 명시했고 비교기준이 동일해 내용상에 기만이나 허위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측은 "(첫번째) 동영상에 '자사 실험치 기준'이라는 자막을 삽입해 국가 표준 방법으로 측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했다"며 "또한 '삼성지펠은 KS를 준수하여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는 자막은 삼성지펠 냉장고가 국가 표준 규격을 준수한다는 얘기일 뿐 측정방식으로 KS규격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셜미디어 시대 공중파 CF가 주지 못하는 색다른 묘미를 주고 있는 바이럴 마케팅 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제품의 실상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라며 "자사와 타사의 냉장고가 비슷한 용량이라면 내용물도 비슷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가정 하에 실험했으나 실제 용량에 차이가 있어 그 사실에 위트를 가미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소송은 절차 따라 진행…공개 검증 안 해"

삼성전자는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G측이 제안한 공개 검증 역시 할 생각이 없으며,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내릴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쪽에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니 절차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라며 "또 우리 입장이 표준 규격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LG전자가 제안한) 공개 검증 역시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해당 영상과 관련해서도 "광고가 아니어서 현재로선 동영상을 내릴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또 "LG전자도 지난해 옵티머스LTE를 공개할 때 갤럭시S2의 AMOLED 액정 발열이 심하다며 버터를 녹이는 영상을 게재했다"며 LG전자 역시 같은 방식의 마케팅을 펼친 적이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용량에 정말로 자신이 있다면 왜 공개검증 제안에는 응하지 못하냐"며 "삼성전자는 광고에 자의적 측정을 공식 표준 규격인 양 사칭한 본질을 흐리면서 변명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LG전자는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