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했지만 사태는 더욱 안갯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수장학회가 그동안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을 강조했고, 자신은 "장학회와 관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더 이상 정수장학회가 정쟁의 도구가 돼선 안 된다면서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에게 "현명한 판단"을 요구했다. 이는 우회적으로 최 이사장 등의 자진 사퇴를 주문한 것으로, 사태 해결의 '공'을 장학회 측에 넘긴 셈이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SBS 인터뷰에서 "현재 누구도 이사장직에 대해서 그만둬야 한다거나 계속해야 한다고 말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2014년 임기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 이사장은 또 "이사진이 스스로 잘 판단해서 하라는 박 후보의 말은 사퇴를 촉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장학재단은 정치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장학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 같이 흘러가자 여권 내에서도 자칫 '자충수'가 아니냐는 위기의식과 한숨이 흘러나온다.
박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도 '전향적인' 측면은 없었던 데다 최 이사장이 완강한 '사퇴 거부' 의사를 내비치는 등 사태가 어느 하나 해결된 게 없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이럴 거면 기자회견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박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故) 김지태씨 재산 헌납 과정에서 '강압'이 없었다는 인식을 드러내 오히려 역풍을 우려할 상황을 맞았다.
박 후보는 김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재산 반환 청구소송을 낸 것과 관련, "법원이 강압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기자회견 후 다시 단상에 올라 "잘못 말한 것 같다"고 번복한 바 있다.
이는 박 후보가 법원 1심 판결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으로, 이와 관련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정수장학회는 법의 잣대가 아니라 국민들 눈의 잣대로 봐야 한다. 쿠데타가 아니었으면 부일장학회를 강탈할 수 있었을까"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5.16 쿠데타와 유신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하면서 그때 강탈한 남의 재산은 합법이라고 한다면 자질을 의심받는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정수장학회는 말끔히 털고 가야 한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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