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메이저' 게임업체 수장이 회사를 떠나 중소 개발사를 차려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넵튠이라는 개발사를 설립해 넥슨프로야구마스터 2013을 출시한 정욱 대표다.
정욱 대표는 올해 초 NHN 한게임을 떠나 새롭게 개발사를 차렸다. 수백명의 직원을 거느리던 사람이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한 회사를 차렸다니 기분이 어떨까?
최근 넵튠 본사에서 만난 정욱 대표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래부터 사업이 하고 싶었고 지금 함께하는 직원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 게다가 한가지 일에만 주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큰 회사에서 있으면 여러가지 일에 관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넵튠에서는 야구게임 개발, 한가지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집중해서 게임을 만들고 성과를 내는 것, 이것이 지금 제가 집중하고 있는 일이죠."
올해는 열리지 않았지만 정욱 대표는 한게임 시절 '익스'라는 한게임 신작발표회에서 다양한 개발사들의 게임들을 선보이곤 했다. 배급업체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다 직접 개발사를 차려 게임을 개발해보니 당시 파트너사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배급사와 개발사에서 모두 일해보니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에 저희랑 같이 일하셨던 개발사분들도 가슴 아팠던 일들이 많았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제가 개발사가 되니까 배급사를 자꾸 이해해서 그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개발사가 자꾸 이해하면 안되는데(웃음)."
정욱 대표가 처음 선택한 게임은 모바일 야구 매니지먼트ㅡ게임 '넥슨 프로야구마스터 2013'이다. 정욱 대표는 모바일게임이라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첫 선택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장르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야구는 한게임 시절 '야구9단'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장르였다.
"제가 나이도 있는데, 이번 모바일게임이라는 기회를 잡지 못하면 쉽게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바일게임은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죠. 향후 게임산업의 중심이 모바일게임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한게임 시절 야구9단 프로젝트도 추진했었고 야구게임의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구계 인사들과도 만남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잘 이해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서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 같아요."
이미 야구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너무 많다. 마구마구, 슬러거, 프로야구매니저, MVP 베이스볼온라인, 컴투스프로야구, 프로야구 드림나인,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
아무리 스스로 야구게임을 잘 안다고 해도 이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부담스럽지 않았을리 없다. 하지만 정욱 대표는 "야구게임은 아직도 잠재고객이 많은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은 야구의 나라입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스포츠가 야구죠. 그런데 게임은 아닙니다. 지금 나와있는 야구게임들의 동시 접속자 수를 다 합쳐도 피파온라인2에 못 미치지 않습니까. 그 말은 야구를 좋아하지만 아직 야구게임을 해보지 않은 잠재 고객이 많다는 이야기죠."
정욱 대표는 특히 모바일게임에서는 액션형 야구게임보다 매니지먼트게임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프로야구의 매력에 빠진 여성들이나 청소년들이 액션형 보다는 구단을 꾸리고 선수들을 기용하는 매니지먼트 게임에 흥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리고 그 매니지먼트 게임들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는 시뮬레이션의 정확성. 정욱 대표는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2013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시뮬레이션의 정확성이라고 강조했다.
그 덕분일까.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2013은 출시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 순위 상위권을 장악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은 2006년 선수까지 밖에 추가하지 못했지만 향후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선수까지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지금은 일단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2013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향후 모바일게임 시장은 너무 변화무쌍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야구게임을 통해 모바일게임 시장을 더 많이 알고나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요."
사실 NHN 한게임 정도 되는 메이저 회사의 대표를 맡은 사람은 나중에 어떤 사업을 해도 '전 대표'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정욱 넵튠 대표라는 말보다 정욱 한게임 전 대표라는 말이 더 익숙할 정도니까.
처녀작인 넥슨 프로야구 마스터 2013의 흥행과 함께 정욱 대표가 한게임 전 대표라는 말보다 넵튠 대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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