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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승부수 "그룹보다 계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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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3.0'…회장·지주사 권한 계열사 대폭 이관

[정기수기자]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그룹 안팎에서 불거진 난제를 돌파하기 위해 '분권형 경영 체계'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SK그룹은 29~30일 서울 광장동 아카디아연수원에서 최태원 회장 등 그룹 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안정과 성장'을 주제로 '2012년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열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최태원 그룹 회장과 지주회사에 집중됐던 권한을 각 계열사와 CEO에 이관,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탈바꿈한다는 게 골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투명한 경영환경과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대한 재판 등 잇따른 악재 속에서 위기돌파를 위한 해법 모색으로 보인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세미나에서 경영진들은 글로벌 경제침체 장기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면서, 각 계열사 중심의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그룹 경영 시스템을 진화·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세미나 모두발언을 통해 "2002년부터 시작한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통해 2005년 전 계열사의 흑자 전환을 달성했고,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2단계 도약을 했다"면서 "이제는 각 사 중심의 수평적 그룹 운영체계를 통해 3차 도약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이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 이후부터 줄곧 고민해 온 각 계열사 중심의 성장 플랫폼을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주회사인 SK㈜의 그룹 차원 업무를 계열사 또는 관련 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담은 '따로 또 같이 3.0' 추진안 도입이 논의됐다.

이 안에 따르면 지주사 역할 혁신 방안으로 계열사 자율ㆍ책임 경영 관점에서 혁신적 축소가 필요한 업무는 SK㈜에서 계열사로 이관된다. 대신 지주회사는 독립된 회사로서 자체적인 가치향상 업무에 집중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1인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양하고 지주사와 계열사간 수평적인 관계 구축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산하에 업무 영역별로 나눠져 있는 위원회 기능 강화 내용도 포함됐다.

글로벌성장위원회와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전략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 등 6개 위원회의 실질적인 합의기구 역할을 부여하는 셈이다.

이 중 현재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챙기고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은 각각 김신배 부회장, 정만원 부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이에 대해 SK 측은 "'따로 또 같이 3.0'이 확정되면 지주회사가 그룹 및 각 사의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각 사와 협력하여 운영해 오던 업무는 대폭 축소하고, 지주회사는 자체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사는 진화의 독립적인 주체로 '따로' 경영을 강화하면서 그동안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참여해 온 그룹의 글로벌 성장 전략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관점에서 각 관계사가 중심이 돼 그룹 차원으로 구성하는 위원회가 맡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SK CEO들은 지난달부터 이미 자체적으로 사전 토론을 거쳐 왔고, 이번 세미나에서 이를 공유하면서 장·단점과 보충해야 할 내용에 대해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운영 방향은 우선 각 사 CEO가 사별 이사회와 자율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운영 체계의 내용을 구체화해 11월 말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성장을 위해 수평적.통합적 그룹 운영체계의 필요성에 따른 경영체계 개편의 일환"이라며 "11월말께 2차 세미나에서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각 계열사별로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 만큼 이번에 논의된 내용들이 모두 확정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SK는 2002년 '제주선언'을 통해 각 사별 생존 경영 중심의 '따로 또 같이 1.0'을 시작한 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출범과 함께 브랜드과 기업문화를 공유하면서 각 사별 생존력을 높여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한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김신배 SK㈜ 부회장, 박영호 SK차이나 부회장, 정만원 SK㈜ 부회장, 김영태 SK㈜ 사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SK C&C 정철길 사장 등 SK 주요 경영진 30여명과 사외이사 20여명이 참석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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