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 1985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최근 연비 과장 표시로 최대 고비를 맞았으나 서둘러 진화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5일 현대차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최근 현대·기아차의 2011년~2013년식 차량 13개 모델의 연비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시됐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 미국 법인은 이에 따라 이들 모델에 대한 연비 하향을 결정하고,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포괄적 보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업계 일각에서 현대·기아차가 일본 도요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서둘러 진화하고 나선 것.
도요타는 지난 2009년 미국에서 가속 페달 등 차체 결함이 발생하자 처음에는 '설계 결함'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후 같은 현상으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도요타는 차체 결함 사실을 인정하고 1천만대 수준의 리콜을 단행하며 위기에 빠져들었다.
도요타는 한때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을 제치고 지난 2008년부터 지난 2010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에 올랐으나 이 사태로 작년에는 GM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측에서는 EPA로부터 지난 8월 연비 재조정 가능성을 통보받은 후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한 만큼 도요타 사태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보상책을 통해 기존 연비와 새로 조정된 연비 차이만큼 손해를 입은 기름값을 따져 고객들의 직불카드에 현금으로 보상하고, 여기에 기름값의 15% 수준의 사과비도 추가로 지급 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고객 1인당 평균 보상금을 100달러(11만원), 총 보상규모는 90만대 수준으로 해서 약 9천70만달러(99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판매 100만대 돌파를 확신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86년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25년만에, 기아차는 1994년 현지에 진출한 이후 18년만인 작년에 모두 103만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100만대 판매를 넘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현지에서 지난 9월까지 누적 97만4천728대(현대차 53만9천814대, 기아차 43만4천914대)를 팔아, 100만대까지는 2만5천272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EPA의 권고에 신속하게 대응했고 규모도 토요타와는 크게 달라, 이번 사태로 현지에서 토요타처럼 급락하는 사태는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요타는 당초 차체 결함을 부인, 스스로 좌초됐다"면서도 "현대·기아차는 EPA가 제시한 지적을 신속하게 수용하고, 적절한 보상책을 제시한 만큼 오히려 이번 사태가 고객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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