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회 시절부터 함께해 오면서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이 이번 일로 결별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시절부터 요구 사항이 있을 때마다 사퇴 카드로 배수진을 쳤고, 그때마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경제민주화를 놓고도 최근까지 이어진 '김종인-이한구 갈등'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박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기존 순환출자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박 후보는 11일 황우여 대표 등 핵심 당직자 7명과 함께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대기업의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한 국민행복추진위 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기 위함이었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과 만난 뒤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합법적으로 허용된 순환출자를 소급 적용한다는 데 문제가 있고,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몇조원씩이 들어간다"며 "그것 보다 이를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후보와 만났지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더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후보가 입장을 굳힌 만큼 '선택'은 김 위원장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박 후보의 뜻에 따라 공약을 수정하는 것과 박 후보를 설득해 자신의 공약을 관철시키는 것, 박 후보와 결별하는 것 등 세 가지다.
다만 대선이 4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위원장이 사퇴할 경우 박 후보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란 점에서 김 위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김 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선거를 한 달 앞두고서 (사퇴를) 하겠느냐"며 "다만 기존 재벌에 대해 구조개혁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순환출자 규제를 사실상 백지화하게 됨에 따라 원래 그 분의 의도와는 멀리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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