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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 '보릿고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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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투자축소 전망…'불황 내구력 갖췄다' 평가도

[박계현기자]2013년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계가 '보릿고개'를 맞을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이 내년 투자 방향을 신규 라인 증설 보다 공정 개선을 통한 효율화로 가닥을 잡아 장비 발주도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내년 투자규모를 6조5천억~8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이월된 투자액 1조원과 올해 대비 50% 정도로 축소된 내년 투자액 1조7천500억원을 합쳐 2조5천억~3조원 수준의 투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경우 올해 삼성전자의 투자액 13조원, SK하이닉스의 투자액 3조5천억원보다 5조원 이상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대형 OLED 패널의 수율 개선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사실상 TFT-LCD 쪽 신규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국내 장비업계에선 "내년을 우선 버티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전방업계에서 투자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 등이 나오면서 이미 주성엔지니어링·원익IPS·국제엘레트릭·참엔지니어링·유진테크·테스·하나마이크론·네패스·대덕전자·이오테크닉스 등 상당수 장비업체의 주가가 지난 몇달간 20~30% 떨어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원익IPS는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장비 중 하나인 플라즈마화학증착(PECVD)의 국내 점유율이 35%~40%인 업체이다. 디스플레이 쪽에선 전공정 핵심장비인 건식식각장비(드라이에처) 시장점유율을 30%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D램 라인의 공정 미세화 속도가 둔화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 관련 투자도 불투명해 지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익IPS는 지난 6월 12일 기준 6천840원이던 주가가 12일 장 현재 4천780원으로 6개월만에 약 30% 가까이 하락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24억원, 영업손실 472억원, 당기순손실 6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73% 하락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폭은 24% 늘어났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반도체 장비 부문의 증착장비 매출이 359억원으로 전년동기(794억원)에 비해 55% 이상 감소했으며, 평판디스플레이(FPD) 대면적 LCD기판 제조장비 매출은 73% 축소됐다.

주성엔지니어링 역시 전방산업인 셀·모듈 제조업체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신규 장비가 발주되는 2013년 2분기 이후에야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지난 7월12일 기준가 7천942원을 기록한 이후 12일 장 현재 4천640원을 기록하고 있어 4개월간 약 40% 가까이 하락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저압화학기상증착 방식(LP-CVD)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인 유진테크 역시 2012년 상반기 동안 2011년 전체 공급량에 해당하는 43대의 장비를 생산해 하반기에는 수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진테크 역시 지난 6월 12일 기준 시가 1만9천200원에서 12일 현재 1만4천200원으로 5개월 새 주가가 26% 하락하는 등 2013년 투자 축소 전망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의 신규 장비 주문은 사실상 1년 반 정도 멈춰 있던 상황"이라며 "업황이 파고를 타면서 장비업체들이 구두계약을 맺어도 장비 제작에 들어가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의 경우, 이미 개발된 장비는 주문 후 납기에 이르기까지 3~4개월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 공급량 경쟁을 벌이던 시기와는 달리 발주업체의 투자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이미 몇 번의 파고를 겪은 장비업계에서 그간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금을 비축하고 R&D 투자에 집중하는 등 내구성을 길러왔기 때문에 시장흐름에 따른 위기를 충분히 버텨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채 2년이 안된다"며 "그간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위기를 대비해 현금을 비축했고, 눈 돌리지 않고 R&D에만 투자해 2013년 업황이 어렵더라도 다른 산업군에 비해 잘 버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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