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20일 저녁 진통 속에 재개됐지만 양 측은 단일화 후보 선출 방식을 놓고 갈등을 보이면 성과 없이 일단 헤어졌다.
양 측 실무협상팀은 단일화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여론조사 설문 문항'에 대해 집중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문 후보는 측은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할 것 같냐'는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 측은 '누가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당선될 것 같냐'는 '경쟁력' 조사에서 각각 강점을 보여 왔다.
여론조사 혹은 여론조사 플러스 알파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키로 합의한다 해도 여론조사 문항을 어떻게 하느냐가 단일화 방식 협상의 막판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일화 문항, 文측은 '적합도' 安측은 가상대결 내놓으며 '경쟁력' 선호
여론조사는 대한민국 유권자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대표성을 지니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여론조사 문항이다. 여론조사 문항 하나로 지지율은 오르내리고, 응답자가 선택하는 후보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문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 안 후보 측은 '경쟁력' 조사를 선호한다. 때문에 양 후보는 경쟁력을 묻는 질문과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을 어떻게 절충할 지를 놓고 피말리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20일 저녁 협상 경과보고 브리핑에서 "문 후보 측은 적합도 조사 방안을 주장했고, 안 후보 측은 박 후보 대 문재인 박 후보 대 안 후보 등, 가상대결 조사 방안을 고수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며 "어느 한 후보에게 명백히 유리한 방식을 택했을 경우 불리하게 나올 후보 지지층들이 승복할 수 있냐는 점에서 (문 후보 측에서) 수정안을 제시했는데 진척되지 않아 정회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도 정몽준 후보는 '선호도'에서, 노무현 후보는 '경쟁력'에서 앞서던 상황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결정된 질문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단일후보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였다.
하지만 올해 대선의 특이사항은 '정치개혁'이 화두였다. 때문에 단일후보 선정 질문에 이같은 내용이 담길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은 "그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관련설을 일축했다.
◆여론조사 24일(토요일) 실시 여부 두고 이견
여론조사 시기도 문제다. 정확히는 요일이 관건이다. 문 후보 측은 "후보등록 시작일(25일) 이전에 후보를 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24일을 후보 확정 데드라인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25일(일요일)까지 최종 확정돼야 한다"며 데드라인을 하루 늦췄다. 24일(토요일)에 여론조사를 시행할지 말지에 대한 이견이 있는 셈이다.
이 배경에는 현재 여론조사가 집전화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 2030세대 지지층이 두꺼운 안 후보 측이 주말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휴일 동안 집안에 머물러있는 젊은층의 응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여론조사 재검 여부…결과 승복에 영향, 2002년엔 '검증하지 말자'
여론조사 마감 시기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승복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 후보 측이 여론조사 마감일을 24일로 주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만약 있을지도 모를 여론조사 불투명성에 대비해 후보 등록일 이전, 여론조사에 대한 재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재검토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간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발표 당시에도 정몽준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 패배'가 나온 다음날 바로 여론조사 기관으로 달려간 일화가 있다. 하지만 노무현-정몽준 후보는 '검증하지 말자'고 했던 바에 따라 재검을 하지 않았고 단일후보 노무현이 탄생하게 됐다.
◆여론조사 표본 개수 문제
여론조사가 몇 명을 대상으로 하느냐도 주요 포인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샘플수는 단일후보 여론조사를 맡았던 (주)월드리서치와 (주)리서치 앤 리서치가 각각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역, 성, 연령을 기준으로(2000년 인구센서스 자료) 가중처리 하는 방식을 취했다. 여론조사를 한 대상자를 수치화 하는 과정에서 조정이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에 표본에 따라 역선택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이 박 후보와의 승부에서 불리한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2년에도 단일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맡은 기관들은 역선택 방지 조항에 따라 전체 2000개의 샘플 가운데 이회창 후보에 대한지지 의사를 지닌 샘플을 제외한 샘플에 대해서만 단일화 후보 선택 질문을 돌렸다.
◆여론조사 기관과 여론기관 수의 문제
두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법에 합의를 이뤘다고 해도 이를 시행할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하는 것도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측이 "국내에서 여론조사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은 통계청 밖에 없다"고 했을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게다가 국내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민감한 사안인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 뛰어들기를 꺼린다. 2002년 당시에도 당시 국내 상위권 여론조사 기관들이 고사 의사를 밝혀 (주)월드리서치와 (주)리서치 앤 리서치를 어렵게 선정한 바 있다. 여론조사 기관 설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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