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휴렛팩커드(HP)는 20일(현지시간) 지난해 인수한 오토노미 분식회계로 88억 달러를 감가상각했다고 발표해 월가를 놀라게 했다.
그 액수가 88억 달러, 즉 한화로 9조6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이기 때문이다. 이런 회계부정을 인수당시 실사팀이 찾아내지 못한 점, 분식회계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는 회계 부정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88억 달러 감가상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토노미 관련 감가상각 50억 달러뿐
HP가 발표한 88억 달러 감가상각 액수 중 오토노미와 관련된 부분은 50억 달러에 불과하다. 30억 달러는 HP와 관련된 부분이라는 것. HP의 웹OS 사업 좌초나 PC 사업 부진 등이 여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HP 핵심 주장은 오토노미 직원들이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회계 조작을 했다는 것이다. 맥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애널리스트와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오토노미 직원들이 투자자나 잠재 구매객에게 회사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자 겸 전직 CEO는 HP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회사 매각 당시 HP 의뢰를 받은 KPMG, 버클레이, 페럴러 와인버그 등이 오토노미를 꼼꼼하게 실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HP가 지적한 분식회계 실체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HP 주장에 따르면 오토노미는 HP에 매각되기 전 8분기 동안 매우 낮은 마진으로 하드웨어 제품을 판매해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오토노미가 이들 하드웨어에 고마진이 보장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하드웨어 손실이 없는 것처럼 처리했다. 오토노미는 하드웨어 손실분을 소프트웨어 판매를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본 것이다.
◆오토노미, 하드웨어 수입을 라이선스 매출로 '꼼수'
맥 휘트먼 CEO도 이런 점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오토노미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더라도 기대처럼 높은 마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토노미가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셀러(VAR)에게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매출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것.
장기 고객 계약자들이 많이 포함돼 미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계약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갱신을 해야 하는데 이들 장기 고객들이 계약을 연장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존 슐츠 HP 고문 변호사는 이런 점을 들어 오토노미가 의도적으로 자사 가치를 크게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캐시 레스작 H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부풀리기보다 수입원 종류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토노미 하드웨어 판매실적이 빈번히 라이선스 매출로 잡혔다고 말했다. 이는 리셀러 매출이 라이선스 매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캐시 레스작 HP CFO는 오토노미가 이 라이선스 매출을 토대로 자사 소프트웨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처럼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HP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집행부서와 영국 중대 사기조사국에 조사를 요청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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