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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입에서 "백의종군…" 순간 얼어붙은 회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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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사퇴 기자회견장...캠프 관계자 흐느껴 울어

[정미하기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합니다."

23일 저녁8시21분,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위치한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는 순간 얼어붙었다. 캠프 관계자들도, 100여 명에 이르는 취재진들도 당혹감에 술렁이긴 마찬가지였다.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마자 담담하지만 결의에 찬 어투로 '대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순간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오마이갓" "어~"이란 소리가 나왔을 만큼, 기자회견 직전까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오른 뒤 30여 초간 묵묵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을 한명 한명씩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곤 또박또박하게 후보직 사퇴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하고 사흘이 지난 시점이다.

안 후보는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사퇴의 변을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이제 문 후보님과 저는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순간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캠프 관계자 중의 한 명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 "백의종군 하겠다"고 했을 때 놀라며 '설마? 진짜?'였던 마음이 '진짜구나' 확신이 들자 절로 나온 소리였다.

자신의 지지자이자 응원자였고 동료였던 이가 뱉은 한 마디에 안 후보 역시 흔들렸다. 이때부터 안 후보는 흔들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애써 붙잡고 남은 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안 후보는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님께 성원을 보내주십시오"라고 자신이 모든걸 안고 가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30여명 남짓의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흐느낌이 쏟아졌다.

그리곤 안 후보는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에 대한 열망,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와 역사의 소명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 가겠습니다"라고 울먹임을 삼키며 의지를 실어 말했다.

이내 안 후보의 의중을 파악한 듯 사퇴를 만류하며 고성을 질렀던 캠프 관계자들 역시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캠프 관계자들의 눈은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고, 소매깃으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 내내 국민을 강조했다. 기자회견 시작 인사말 역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었다. 지금까지 안 후보는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해왔다.

회견문 곳곳에도 '국민'이란 문구가 깊숙히 서려 있었다. 안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그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안 후보는 기자회견 말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때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힘겹게 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안 후보는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역시 잊지 않았다. 그는 회견장 뒷편에서 눈물을 훔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주신 캠프 동료들,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안 후보는 회견장 단상 뒷편에서 그간 자신의 공보 업무를 담당했던 이들의 사무실을 찾아 격려한 뒤, 울먹이는 박선숙 본부장 외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묵묵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안 후보는 캠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저녁 9시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택으로 돌아갔다.

한편 캠프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지 한 시간여가 지난 뒤 회견장으로 돌아와 취재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누구할 것 없이 그들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있었다. 그저 "감사하고 미안하고 그렇다"는 한 관계자의 말에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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