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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건 '요금인하', 결과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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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통신 5년, 평가와 교훈-2]추진력 없는 '경쟁활성화' 목소리만

[강호성기자] 이명박 정부의 통신정책은 '이동통신비 20% 인하'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 어떤 계산식으로 20% 인하 공약이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008년 2월말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의 첫 번째 미션은 요금 20%를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결과적으로 MB정부의 통신요금 20% 인하 공약은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MB 정권이 탄생한 2008년 초까지만해도 국내에서는 2세대(2G) 음성통화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3G를 지나 4G LTE 시대로 통신시장은 급속히 바뀌었다. 스마트폰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체감 통신비(단말비용 포함)는 오히려 급격하게 늘었다.

◆요금인하-경쟁활성화 '갈팡질팡'

되돌아보면 통신요금 인하실패는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가지고 경쟁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MB 정권이 임기 전반에 걸쳐 요금문제를 다룬 방식은 출범 전 인수위 시절의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인수위 최경환 간사는 "대통령 취임전 20% 인하 공약을 지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자율적으로 요금인하를 단행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라며 입장을 바꾸었다.

20% 요금인하는 경쟁활성화를 통해 임기 후반기에나 이룰 수 있는 결과였다. 섣부른 욕심 때문이었는지, 인수위는 요금인하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속마음을 드러냈던 셈이다. 이같은 언급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미지를 가진 MB의 철학'에 동의하던 이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요금정책의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경쟁 활성화라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경쟁이 가속화해 통신사들이 요금을 인하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른바 '햇볕정책'이 요금인하의 합리적 해법이라고 여긴 것이다.

MB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2008년 9월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국회 문방위에 출석해 "20% 인하공약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전체적으로 2012년, 2013년까지는 20% 다운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다양한 경쟁이 가능해진 정권말기쯤 20% 인하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와 같다. 이후 방통위는 1~2기에 걸쳐 알뜰폰(MVNO) 도입,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등을 추진하는 수순을 밟는다.

◆사활건 통신요금 결과는?

그러나 방통위는 끈기있게 경쟁활성화를 추진하기보다 정치권의 요금인하 요구때마다 수동적으로 단기처방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금인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질때면 직접적으로 개입했지만, 이런 식의 처방은 강력한 효과를 내기가 불가능했고 국민의 마음을 잡기에도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0년 기존 10초당 과금하던 것을 1초당 과금으로 바꾸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5초를 통화해도 10초 요금을 냈지만, 나머지 5초의 불필요한 요금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 문자요금도 10원 내렸다.

2011년 들어서는 기본료가 1천원 인하됐다. 방통위는 기본료 인하 브리핑을 통해 "1천원 기본료 인하로 총 6천억원 가량의 요금인하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본료 1천원 인하에 만족하는 국민은 찾기 어려웠다.

더욱이 '기본료 1천원 인하' 과정은 통신정책 주무기관이라기보다 정치권에 끌려다니는 모습만 여실히 보여준 꼴이 됐다.

2001년 들어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방통위를 중심으로 통신요금 인하 특별반(TF)를 구성해 요금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2011년 5월 하순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당정협의를 통해 "기본료를 낮추고 가입비도 폐지하라"고 요구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여당 정책위 의장의 한마디에 재논의에 들어간 기재부와 방통위는 '1천원 기본료 인하'가 포함된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1천원 요금인하'가 부족하다는 시민단체들의 비난의 목소리에 직면한다. 어떤 논리와 근거로 1천원 인하가 마련된 것인지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합작해 내놓은 요금인하 방안은 국민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미봉책'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적극적으로 경쟁활성화에 대한 드라이브도 걸지 못하고, 정치권이 요구할 때마다 통신사와 협의해 찔끔찔끔 요금인하를 단행하는 모습을 반복해 보였다"며 "방통위 설치 이후 정책의 예측가능성과 규제당국의 권위가 함께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알뜰폰 제자리, 제4이통 가물가물

전문가들은 서비스경쟁의 활성화가 요금인하를 이끌어내는 핵심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방통위는 초기 정책방향을 경쟁활성화로 잡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 이전 정권의 모습을 답습했다.

알뜰폰(MVNO)과 와이브로활성화를 염두에 둔 제 4이동통신사업자 등을 활용해 서비스 경쟁을 유도한다는 밑그림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바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알뜰폰 사업자 CJ헬로비전의 경우 기존 통신사들의 서비스 수준과 유사하면서도 20% 가량 요금이 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은 여전히 단말수급, 세부적인 서비스항목, AS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채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알뜰폰 이용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채 2%가 되지 않는다.

경쟁촉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일으킨 제 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문제 역시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정부는 와이브로를 활용하는 제 4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3번의 심사를 실시했지만 마땅한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방통위는 이달들어 제 4이통 사업자 선정을 위한 주파수 할당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정권임기 내 사업자 선정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와이브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환경에 맞게 LTE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정책 전문가는 "미디어 시장의 광고 및 콘텐츠 수급에 대한 막대한 부담을 준 종편사업자는 4개나 선정할 정도로 의지를 보인 방통위가 제4이통 문제에 있어서는 변변한 대기업하나 뛰어들지 않을 정도로 정책의지가 부족하고 지원방안이 적었던 셈"이라며 "정치권 눈치보기, 과도한 방송이슈가 맞물리면서 통신정책이 뒤로 밀려난 영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2009년 말 이후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아 통신정책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절반이 넘게 스마트폰을 쓰지만 정작 요금제는 2G 시대 음성통화 시대의 것으로, '옷과 몸이 따로 노는' 상황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망중립성 등 관련정책을 체계적으로 함께 정비하고 경쟁 활성화를 유도했다면 요금인하라는 난제에서 지금보다 덜 허우적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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