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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천국' 만들고 싶은 부부 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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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창성 ·문지원 부부의 '빙글' 창업기

[민혜정기자] 마니아가 가진 열정의 힘은 놀랍다. '앱등이'라는 비하하는 표현을 들어가면서도 애플마니아들은 애플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는다. 애플마니아들은 애플에 얽인 IT역사를 꾀고 있고 거듭 불거진 소송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특허 조항도 숙지하고 있다.

해외의 K-팝 마니아들은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열풍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들은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강남스타일'의 노래와 안무를 전파했다.

호창성(39)·문지원(38) 빙글 공동 대표는 이들의 에너지를 믿고 관심사 기반 SNS '빙글'의 베타 서비스를 지난 4월 시작했다. 부부이기도 한 이들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비키'에 이어 2번째로 마니아들을 위한 서비스를 가동한 것.

비키는 전세계의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을 제공한다. 월 평균 시청자가 1천500만명이 넘는 사이트다. 이들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서비스를 놔두고 다시 창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호창성 문지원 사장을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빙글, 비키의 확장판

문지원 사장은 '비키'를 통해 '순수한 열정'의 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비키의 특징은 이용자들이 번역된 자막을 만들었다는 거죠. 돈을 주지도 않는데 그렇게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건 팬으로서 열정 때문이에요. 저는 이분들이 쏟는 열정이 '돈 되는 일도 아닌데'라며 폄하되는게 싫었었요. 이분들이 인지도도 생기고 영향력도 확보할 수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빙글'은 비키가 확장된 플랫폼이에요.

빙글는 연예, 스포츠, IT 등 관심이 있는 분야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종합 커뮤니티다. 크게 '카드'와 '파티'로 구성 돼 있다. '카드'는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사진기반 SNS처럼 사진·영상 등을 짦은 글과 함께 올린다.

'파티'는 주제별로 모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송중기' 파티라면 '늑대소년 송중기', '착한남자 송중기' 등의 카드를 찾아 볼 수 있다. 파티는 구독(조인)해서 이용자의 피드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월평균 70만명의 이용자가 빙글을 찾고 있다.

'빙글'도 비키처럼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연구개발센터가 한국에 있고 미국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국에 있는 13명의 직원은 인도네시아, 페루, 캐나다, 미국, 베트남 등 국적이 다양하다. 회사에서도 의사 소통을 위해 영어를 주로 쓴다고 한다.

◆동고동락했던 지난 10년

"2000년도에 한창 IT벤처 버블이 불었을 때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아내와 시작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순수하게 개발자, 디자이너 입장에서 접근할줄만 알았지 비즈니스 감각이 부족했죠. 처절하게 깨닫고 미국으로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갔어요."

이후 호창성 사장은 스탠포드대 경영학 석사과정(MBA)를 밟고 문지원 사장은 하버드대 교육공학과 석사 과정을 공부했다. 문지원 사장은 영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다 '비키'의 아이디어를 착안해냈다고 한다.

"유학을 갔는데 영어가 역시 문제였어요. 아무리 공부해도 말문이 잘 트이지 않죠. 언어는 특정 상황 속에서 익히는게 중요하잖아요. 상황을 만들어서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걸 만들어주는게 영화나 드라마예요. 이걸 이용하면 놀면서 학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이용자, 학습을 위해 오는 이용자 모두를 타켓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비키는 지난 2010년 서비스 시작 후 한류 팬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사 안데르센 호로비츠, 그레이락 캐피탈 등으로로부터 2천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호창성·문지원 부부는 지난 10여년동안 함께 사업을 했다. 실패나 성공에 아랑곳 없이 창업 했다. 이들 부부는 도전정신이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지원 사장이 말했다.

"비키가 어느 정도 안정되니까 새롭게 다른 걸 시작하고 싶었어요. 보통 남편이 사업을 하면 부인이 말린다고 하는데 저희는 그런게 없어요. 겁이 없는 편이에요.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면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분들도 많은데 일에 몰입해 있다 보니까 같이 있는게 불편한지 느끼질 못해요. 같이 안해본적이 없어서 지금이 너무 익숙해요.

호창성 사장은 지난 10여년을 추억하며 우리나라도 스타트업(벤처 초기단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비키'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서 연구개발센터를 싱가폴에 뒀어요. 한국팀을 꾸리지 못했던건 개발자나 기획자를 구하는게 너무 힘들고 우리 웹 표준이 글로벌 표준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SNS가 등장하면서 우리도 글로벌 웹 표준을 따르게 됐어요. 한국에서도 좋은 팀을 꾸릴 수 있게 된 거죠."

빙글은 지난 7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45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가능성을 인정 받았으니 이를 결과물로 증명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호창성 사장이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줬다.

"내년초까지는 정식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에요. 올 12월까지 모바일 버전도 출시할 생각입니다. 수익 모델은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길 원할 때 과금하는 방식 등을 생각하고 있는데 확실히 정해진 건 없어요. 일단 플랫폼을 안정화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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