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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5년 'SW라도 강조하다 SW도 못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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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산업 지원 정책 부재로 정보화 산업 뒷걸음질

[김관용기자] 지난 5월 2일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업체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정부의 '공생발전형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 전략'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MB정부 최강 정보화 규제 법안이었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었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국가 행정서비스 시스템을 중소 기업에게만 맡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냐는 주장이었다.자칫 잘못하면 한국의 공공정보화 시장이 중소기업은 커녕 외국계 기업에 종속될 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법안 개정의 목적이자 수혜자로 주목받았던 중소 SW기업들도 불만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IT서비스 대기업들과 내용은 달랐지만 중소 기업들도 개정안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었다. '대기업의 공공 SW사업 참여 제한 예외사업' 범위가 너무 넓고 국세청과 관세청의 차세대 정보화 사업 등 대형 국책 사업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해 입법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었다.

◆어디에도 환영 못받았던 SW산업진흥법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결국 규제를 당하는 기업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모두가 환영하지 못하는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업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개정안 자체가 심도 깊은 논의 없이 마련된 것이라는데에 있다.발주자와 사업자 모두 준비가 안돼 있는 상황에서 전면 제한이라는 초강수만 내세워 법안의 현실성이 떨어졌고 법안 취지도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하한제를 강화한지 얼마되지 않아 전문·중소기업의 시장참여 확대 효과를 검증하지도 않고 법안이 통과됐다"면서 "그동안 대기업 참여 제한 기준이 평균 2.7년 간격으로 바뀌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면 제한 입법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SW 기업 관계자는 "중소SW 기업을 육성한다고 했지만 관련 법안으로는 중소기업들이 얻을 이익이 확실치 않고 공공 발주자들의 SW 품질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있어 왔다"며 "중소기업들이 마음놓고 공공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명확한 정책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학계 한 SW전문가는 "현재 SW산업의 문제는 대기업이 참여를 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정부 자체가 패키지 SW 구입보다는 용역 개발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공 정보화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정책은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MB정부, 그나마 주목한 SW산업…전체 정보화 산업은 퇴보

IT서비스 업계는 MB정부가 그나마 신경 쓰려 한 것은 SW지만, 사실상 SW산업 육성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달성도 못한채 IT서비스 산업만을 규제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한다. 내용도 성격도 전혀 다른 IT서비스와 SW를 같이 규정하고 규제하려다 보니 정책마저 왜곡됐다는 것이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IT서비스산업을 최적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조직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해당분야의 업무와 사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하며 IT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로젝트별로 최적화시켜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의미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완성본을 유통하는 SW산업과는 생산비 구조부터가 다른 셈이다.

한국IT서비스협회 한 관계자는 "IT서비스의 경우 정보시스템 구축시 분석과 설계, 구축, 통합, 테스트의 과정을 각 고객에 맞춰 실시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지만 SW는 대량으로 생산할수록 가격이 낮아지고 낮은 가격일수록 대량 판매가 가능해지는 구조"라면서 "생산방식부터 그 성격이 매우 상이한데도 정부는 두가지 산업을 같은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그나마 신경 쓴 분야가 SW산업이었을 뿐 정보통신기술(ICT)의 근간을 이루는 네트워크 장비 산업은 아예 뒷전이었다.

실제로 방통위의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29개 장비 업체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397억원에 머물고 있으며 1천억원 이상의 기업은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 단 두개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300억원 이하의 기업은 14개나 됐다.

평균 영업 이익률 또한 2.2%에 그쳤다. 10% 이상인 기업은 6개인 반면, 영업 손실 기업은 11개나 됐다. 중소제조업 평균 영업 이익률이 5.6%인 것에 비해 형편 없는 수치인 셈이다.

이같은 경영 악화로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전문 연구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29개 기업의 80% 이상이 학사 이하인 학력 보유자로 박사와 석사급 인력은 각각 1.6%, 16.2%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러해도 공공기관들은 국산 제품의 활성화를 고민하는 대신 외산 네트워크 장비를 주로 사용했다.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IT네트워크 장비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의 국산 유선 네트워크 장비 점유율은 6.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업자는 40~60%, 일반대기업 및 대학 등이 15%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매우 저조한 수치였다.

특히 국산 네트워크 장비 산업의 활성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방통위 조차도 지난 3년간 총 239건의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한 가운데 국산 장비는 단 한 번밖에 구매하지 않았다.

◆MB정부, 문제 인식과 의지 없이 SW육성

정부가 주목한 SW산업 육성 정책 덕에 지식경제부의 관련 예산은 외형적으로는 그나마 꾸준히 늘어났다.지난 2009년 809억에 그쳤던 지경부의 SW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은 2010년 1천41억원까지 늘어났고, 2011년에는 1천53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들어 1천413억원으로 예산이 감소했으며 내년에는 8.3%가 감소한 1천265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그동안 대규모로 진행됐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SW) 사업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라는게 이유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WBS 사업에 올해까지 총1천600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ICT분야 전체 예산으로 확장해서 볼 때 지경부의 관련 예산은 지난 4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역성장했다는 의미다. 방송통신 및 산업진흥 분야로 분류되는 지경부의 ICT 전체 예산은 지난 2008년 1조2천954억원에서 2012년 1조2천584억원으로 감소했다.

이같은 SW관련 예산은 지경부 전체 예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지경부 총 예산은 지난 2009년 전년대비 10.3% 증가한 12조1천958억원에서 2010년 27.2%나 증가한 15조5천128억원까지 뛰었다. 2011년에는 15조8천13억원, 2012년에는 16조원을 넘어섰다. 내년 예산도 16조3천946억원으로 책정돼 올해 대비 3천825억원(2.4%) 증가했다.

이같은 정부 SW 분야 및 ICT 예산 감액에 대해 올해 국감에서 지식경제위원회 위원들은 "산업 육성 의지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은 "SW 산업은 앞으로 갈수록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칠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커질 뿐 아니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임에도 정부는 SW 분야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또한 "MB정부 들어 ICT 기능의 조직 개편 이후 지경부의 ICT 관련 예산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인 지식창조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함에도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문제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SW 인력 양성이 미흡했던 부분도 이번 정권의 실책으로 평가된다. 지식산업의 핵심은 기계가 아닌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우수 인력 확보를 책임지는 정부부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국내 SW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은 2천968만원으로 미국의 11만5천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수순이다. 이에 따라 국내 SW 엔지니어 연봉 순위는 전체 594개 직종 중 282위에 해당하지만, 미국은 7천개 중 18위에 올라있다.

이같은 SW인력 푸대접으로 이직률 또한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만639명이던 SW 전문인력 이직자는 2010년 2만 1천814명으로 두배 가량 늘었다.

권은희 의원은 "현재 정부는 SW 개발자의 등급을 실력과 무관하게 학력과 연차에 따라서 매기고 있어 마치 건설업계의 노무인력에 적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면서 "이는 지식산업을 전통산업과 동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SW 중심 사회로 이행하는 시점에서 SW 인력 양성에 미흡한 것은 이번 정권의 뼈아픈 실책"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부처간 기능 분화로 신기술 대응 미흡

정부의 정보화 정책 실패는 최근 각광받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육성 정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각 부처에 ICT 관련 기능들이 분산되면서 제대로된 정책 추진도 어려웠다.

클라우드의 경우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가 클라우드 컴퓨팅 정책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가 공공부문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담당하고 지경부는 기술 연구개발(R&D), 방통위는 서비스 활성화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세 가지 기능들이 모두 중첩돼 있어 어디까지를 자기 부처 업무라고 선을 그을 수 없었다는 것.

3개 부처는 공동으로 지난 2009년 범정부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당시에는 주로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기관의 정보자원 통합 수준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논의했던 시기다.

지난 해 새롭게 발표한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및 경쟁력 강화 전략에는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과 클라우드 관련 법제도 정비, 국가 차원의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육성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업계에서는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정책들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체감을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부처 내부적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했더라도 세 개 부처간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클라우드 업체 한 관계자는 "예산 편성 때마다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면서 "특히 정책 협의회의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정책을 반영시킬 수 있는 '고투마켓(Go-to-Market)'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주도의 클라우드 관련 행사의 경우에도 부처 간 엇박자로 비슷한 성격의 행사가 줄을 이어 예산 중복 문제도 지적된다.

실제로 올해 9월 방통위 주최의 '더 클라우드 2012' 콘퍼런스 시기에 지경부의 '클라우드 핫이슈 세미나'도 함께 열렸고 당초 지경부와 행안부가 함께 진행하려 했던 '클라우드 로드쇼'도 '더 클라우드 2012' 기간과 겹쳐 다른 날짜로 옮기는 해프닝도 있었다.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관련 분야는 국가 데이터베이스(DB)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행안부와 SW산업진흥법을 관장하고 있는 지경부, 한국DB진흥원을 산하에 두면서 콘텐츠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빅데이터 서비스 부처를 자처하고 있는 방통위가 각각 한 발씩 걸치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문화부 주도로 DB산업 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경부는 SW법으로도 충분히 DB산업까지 포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의 경우에는 기존의 국가 DB 구축 사업을 해오고 있는 터라 DB관련 정책을 떼어 줄 수 없는 처지다. 방통위는 최근 빅데이터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관련 법률까지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DB진흥원은 문화부 중심으로 공공 및 민간 부분 DB를 아우르는 종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지만 부처간 조율이 쉽지 않아 민간 정보를 중심으로 한 '반쪽' DB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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