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기자]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진 인사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전날은 물론 이날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 등을 이유로 이 부회장이 승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부회장을 승진시킬 경우 공연히 정치권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던 것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보다 먼저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고려한 듯하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을 배경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날 사장으로 승진한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승진을 경영권 승계와 연계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했다.
이 사장은 '경영권 승계가 빨라지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는데,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회장님이 정기적으로 출근하고 있고, 연 100일 이상 현장을 챙기고 있다"며 경영 승계 조기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특히 "지금 승계가 가속화한다거나 그렇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상당한 무리가 있다"며 "COO에서 역할이 확대되고, 부회장으로 승진한만큼 최고 경영진 입장에서 깊고 폭넓게 전사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후계 구도가 확정된 상태여서 삼성의 설명대로 지금 '경영 승계 시점'을 예상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역할이 대폭 활대될 것만큼은 분명하다.
삼성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TV·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또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부회장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완제품(DMC)를 담당하는 부회장급 부문장을 별도로 두지 않은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인용 사장은 이와 관련 "두 분 사장님(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이 협의하고 조정하면서 사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두 부문 다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에 총괄하는 게 균형을 떨어뜨릴 수 있고, 모두 글로벌 1위를 하고 있어 지금 체제로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이 분야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전방에서는 휴대폰 중심의 신종균 사장과 가전 중심의 윤부근 사장이 뛰고, 후방에서는 DMC 부문 부회장을 맡았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이 부회장을 지원하는 체제다.
미래전략실에서 전략1팀장을 맡았던 이상훈 사장이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 부회장을 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있다. 이 사장은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안방살림을 책임지며 이 부회장을 보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균성, 김현주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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