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번 2013년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보폭을 넓히고 나설 전망이다.
5일 삼성은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등을 포함한 2013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예상을 깨고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작업이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COO에서 역할이 확대된다"며 "경영전반을 챙겨왔지만 부회장으로 승진한만큼 최고 경영진 입장에서 깊고 폭넓게 전사 사업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재용 사장은 그동안 삼성 경영 전반에 관여해 왔지만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부회장 승진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의 일부 역할 조정이 이뤄진 것도 이부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장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가 됐던 공석인 세트부문의 총괄, 이른바 DMC 부문장을 따로 선임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당초 DMC 부문은 윤부근 소비자가전(CE)담당 사장이나 신종균 정보모바일(IM) 담당 사장 중 한명을 전진배치할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
삼성은 이번 인사 이후에도 별도의 DMC총괄을 두지 않고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기존과 같이 경영지원실장이 DMC 부문 회의 주재 등 역할을 이어갈 지도 관심인 가운데 이를 새롭게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맡았던 이상훈사장에게 맡긴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1955년생인 이상훈 팀장은 삼성전자 경영지원그룹장을 거쳐 삼성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을 거쳐 최근까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 지원업무를 맡아온 전형적인 재무통.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상훈사장이 이번에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 및 전사 경영지원실장을 맡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을 적극 보좌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DMC 등을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기존 삼성전자 원톱 체제를 맡아온 권오현 부회장은 기존의 DS부문장과 함께 겸임해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대신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토록 역할에 변화를 꾀했다. 반도체와 그룹 차세대 먹거리를 책임 질 선행 기술개발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권 부회장이 겸임했던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및 사장은 김기남 종기원 사장에게 맡기고 조수인 사장이 해오던 OLED 사업부장을 겸임토록 했다. OLED 수율 등 문제로 차세대디스플레이 전략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를 김기남 사장이 직접 챙기도록 한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DMC를 중심으로 역할 확대를 통해 경영전면에 나서는 대신 권 부회장이 DS에 집중해 이 부회장을 지원하는 체제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금명간 이번 인사에 따른 후속 조직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내년 주총을 통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를 지 여부도 관심사.
9월말 현재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중 사내이사는 최지성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 윤주화 사장 등 3명. 당장 윤주화 사장이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규 선임 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역할을 확대하고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 고위관계자는 "등기이사 등재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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