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자가 지난 24일 임명한 윤창중 인수위 수석대변인에 대한 임명 철회와 자진 사퇴 요구가 곳곳에서 거세다.
윤 수석대변인 임명자가 그간 정치부 기자, 언론사 논설위원, '칼럼세상' 대표 등을 지내면서 내놓은 칼럼이나 방송 출연에서 보여준 편향된 막말이 국민대통합을 앞세운 박 당선인의 의지와 다르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그가 25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저로 인해서 제가 쓴 글이나 했던 방송에 의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분께 깊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면서 국민 대통합과 약속·민생 대통령의 의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비판을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임명자는 진보 진영에 유독 막말을 쏟아내는 보수 논객으로 알려져 왔다. 때문인지 윤 임명자는 "제가 특정 진영을 대변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쓴 칼럼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박 당선인에 대해서도 제가 제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지만 가혹하리만큼 비판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 임명자의 발언이나 칼럼 상당수는 야권을 향해 있었던 게 중론이다. 그는 '정치적 창녀', '홍위병'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야권을 비판해왔던 인물로 일각에서는 '분열의 아이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윤 임명자는 18대 대선 전날인 18일 '투표장에서 선거혁명을'이라는 글을 통해 정운찬 전 총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지칭했다.
그는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 "자기가 재상(宰相)까지 지낸 MB 정권을 심판한다고 맞붙고 있는 문재인의 손을 들어준다는 건 정치적 패륜의 극치! 이거야말로 권력만 주면 신발 벗겨진 것도 모르고 냅다 뛰어가는 수 많은 '정치적 창녀(娼女)'의 한 사람에 불과할 뿐. 서울대 총장 지낸 게 아까운 인생!"이라고 했다.
이어 윤 임명자는 "나머지 '정치적 창녀'들-박근혜의 일급 정치참모였던 윤여준, 박근혜가 당대표할 때 원내대표했던 김덕룡, 상도동 YS의 차남으로 YS 덕에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자리까지 지냈던 김현철…이들 수많은 '정치적 창녀'들이 나요, 나요 정치적 지분을 요구할 게 뻔하다"고 썼다.
또한 윤 임명자는 "만약 문재인이 당선되면 문재인의 대선 공약대로 김정은이 보낸 축하 사절단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있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되는 걸 시작으로 비로소 '종북시대'의 거대한 서막을 전 세계에 고지하게 될 것!"이라며 야권을 종북세력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사퇴를 선언하며 문 후보로 야권단일화가 됐을 때에는 '더러운 안철수!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칼럼을 남겼다. 윤 임명자는 이 글에서 "백방으로 머리 굴리고 굴려도 문재인을 꺾을 수 없게 되니 돌연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후보 사퇴하는 안철수! 또 '순교자' 연출하는 안철수! 뭐? 문재인이 단일후보다? 정말 인간의 위선과 가증스러움에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더러운 술책에!"라고 직설적으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 2009년 노무현 전(前) 대통령 서거 당시 '문화일보' 칼럼을 통해 "6월이 끝날 때쯤이면 대한민국은 황위병 세상을 뒤집어질 것"이라며 '저 벌떼같은 황위병들', '황위병이 벌인 거리의 환각파티'라는 표현을 쓰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색 풍선이나 종이비행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윤 임명자의 이같은 발언은 비단 칼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대선 기간동안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 '이언경의 세상만사'에 출연해 안 전 후보에 대한 비판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안 전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 "한 마디로 젖비린내난다. 입에서 어린 아이, 젖 냄새가 풀풀 난다"고 한 동시에 "철딱서니 없는 20대 운동권의 유치찬란한 국가관, 어설픈 사이비 대북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윤 임명자는 지난 11월21일 출연한 '이언경의 세상만사'에서 야권단일화를 막장드라마에 비유하며 "조문객들 앞에서 형제들끼리 우애 깊게 지내겠다고 이야기했다가 유산상속 문제가 나오니까 체면 불문하고 서로 멱살 잡고 싸움질 하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있냐"고도 했다.
한편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채널A'에게 윤창중 대표가 출연한 4건에 관련해 '방송에 관한 심의규정' 27조 품위유지 조항을 들어 경고 제재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당선인은 윤 임명자의 인선 배경에 대해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 외 여러가지를 생각해서 인선을 했다"고 밝힌 상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