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동생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4조850억원을 돌려달라"던 형 이맹희씨의 주장은 결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87년 故 이병철 회장 타계 후 25년이 훌쩍 넘은 2013년,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차명주식 상속분을 형제들에게 나눠줄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결론 지었다.
1일 서울중앙지법 제 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82)씨 등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1)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 인도 청구 소송의 1심 판결을 내리고 원고 주장을 모두 기각 및 각하했다.
지난 2012년 2월 이맹희씨 등은 이건희 회장이 그 동안 선대회장 차명주식 재산을 숨겨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2조7천306억9천413만원 및 에버랜드를 대상으로 1조3천542억2천909만원 등 총 4조849억2천322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상속 인도 청구를 제기할 수 있는 제척기간 10년이 도과해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이 상속재산을 숨겨온지 몰랐다는 이맹희씨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현행 '상속회복청구권'제도는 (상속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침해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분재해달라 주장하는 재산이 선대회장 타계당시 상속재산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맹희씨측은 삼성특검 자료 등을 참고해 선대회장이 담긴 차명주식 재산을 계산한 바 있다.
만일 분재할 대상이 맞더라도 1987년 11월 선대회장 타계 후 이건희 회장에게 넘어간 차명주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명의가 변경되고 주식수 및 주식가치가 달라져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결론내렸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상속재산 인도청구는 10년 제척기간이 경과해 부적법해 각하한다"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피고 이건희의 주식 및 이익배당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공동 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기각한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측은 즉각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의 변호를 담당했던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사실 관계나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매우 합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25년 이상 지나 상속재산을 분재해달라는 것은 제척기간에 해당해 소 제기를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피고 측은 판결문을 본후 항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기각 판결을 받을지 몰랐고 수긍하기 어렵다"라며 "정확하게 판결 이유를 살펴보고 의뢰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1심 판결을 듣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는 20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지난 1년여간 소송을 담당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 판사는 "선대회장 유지 중에는 일가가 합의해 화목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뜻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통 사람의 가치관을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재판부 입장에서 이 사건의 진실 여부와 판결을 떠나서 원고, 피고 측 일가가 모두 화합해서 함께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