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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익문고 박세진 대표 "신촌에서 서점역사 100년 채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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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도 유통업체도 모두 힘이 들지만 책에 관련된 업체 중 동네 서점보다 힘든 곳은 없다고 볼 수 있다. 10여 년 전 5천여 개에 이르던 동네서점이 이제 1천700여개 밖에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동네서점은 이제 점점 희귀한 곳이 되고 있다.

'동네서점' 중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은 신촌 홍익문고이다.

신촌 홍익문고 박세진 대표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를 위해 서점을 지켰다고 밝혔다.

그는 책을 위대한 유산이라고 일컬었다. 책을 지키기 위해 최근 마음고생이 심했던 박세진 대표를 만나 애환과 희망에 대해 들어봤다.

◆책은 '위대한 유산'…여러 사람이 지켜내

Q. 신촌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자칫하면 홍익문고가 문을 닫을 뻔 했다.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솔직히 지금 내가(홍익문고 박세진 대표) 버틴 것은 혼자만의 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현재 홍익문고를 껴안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익문고 지키기 주민모임'(발의자 양리리씨)은 홍익문고가 구청 재개발계획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에 대해 구제운동을 해준 지원군이었다. 더불어 홍익문고와 추억을 가진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없었다면 버텨내기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홍익문고가 지리적 여건상 신촌지역의 요지이다 보니 서점영업을 하는 동안에도 여러 대형업체의 입점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대형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맨들이 다 다녀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질적인 계산만 앞섰다면 나는 서점을 당장 접고 임대업을 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내게 재개발 사업을 제안하던 사람들도 좋은 신축 건물이 들어설 경우 얻게 될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며 나를 설득했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끝까지 지키고자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다. 재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가치를 보존하고 싶었다.

◆부친 1960년 홍익문고 열어

Q. 홍익문고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이다. 출판문화에 관련한 한 사람으로 어떤 마음이 있는가.

부친(故 박인철 대표)은 53년전인 1960년에 홍익문고(구 홍익서점)를 열었다. 그리고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이곳을 마음에 담고 떠나신 분이다.

나는 한때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보통 사람이었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아버지의 병환이 위중해지면서부터다. 연세가 드시면서 몸이 쇠해지던 아버지는 내게 경영을 부탁했고 그때부터 역할분담이 시작됐다.

부친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자리에서 '홍익서점 역사 100년'을 채우라고 말씀하시며 눈을 감았다.

그분의 유언을 아들의 도리로서 꼭 지켜드리고 싶다.

Q. 현재 홍익서점의 경영 상태와 운영계획 방안을 말해줄 수 있는가.

현재 건물이 만일 임대상태였다면 벌써 악재를 견뎌낼 재간이 없었을 거다.

높은 월세를 감당하면서 서점을 한다는 것은 일반 오프라인 서점오너들에게는 현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직원들이 함께 가족처럼 신뢰하면서 일한다는 것, 그리고 건물주라 다행히 임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라는 점이 서점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변화하는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도태될 확률이 높다.

◆도서정가제 논의에 오프라인 중소서점 대표 참가시켜야

Q. '도서정가제'에 협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서정가제에 찬성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많다고 본다.

도서가격만을 확정한다고 도서유통망이 올바르게 정립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는 많다. 다만 이 사안에 대한 협의는 출판사 대표들과 큰 대형서점 대표, 온라인(알라딘)만의 것이 아니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도서정가제 협의체제의 이상적 구성은 첫째 지식인 그룹을 포함하고 중소 오프라인 서점대표들, 그리고 정책수립에 직접 연관이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 마지막으로 책을 사랑하는 독자 즉 시민대표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애정 때문이라도 이를 올바르게 지켜낼 책임감을 갖는다고 본다.

Q. 오프라인 경영자로서 온라인 서점에 대한 견해는?

나는 오프라인 서점의 오너이지만 온라인서점 역시 필요하고 상생의 파트너로 생각한다.

산간지역에 오프라인 서점이 들어설 수 없는 물리적 재정적 한계를 뛰어넘는 역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서정가제'는 어느 한 급부의 일방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는 타결이 아닌 좀 더 전체적인 흐름을 골고루 고려해 봐야 한다고 본다.

◆책은 편의만을 위한 상품과는 구별

박세진 대표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홍익문고 5층에서 앞으로 운영하게 될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에 대한 이야기, 독서 토론회, 일반 문화공연 등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특징이 박대표가 어떤 실리적 목적을 두고 계획한 그룹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 전문직업인, 대학생 그리고 시민들이 모두 홍익서점을 아우르고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화되어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버리기 어렵다. 진정한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는 '오브젝트'라는 점에서 책은 편의만을 위한 상품과는 구별된다.

한명의 독자로서 앞으로 홍익서점의 100년 그 이상을 기대해본다.

좋은 책의 발견-다산몰 CBC뉴스 송현희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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