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지난해 12월19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교수는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딸 설희씨와 함께 현재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50여일이 지난 현 시점에도 안 전 교수의 작은 움직임은 정치권의 촉각을 건드린다.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지난 6일 트위터(@HOwindow)에 "지난달 스텐포드대학에서 안철수 원장과 함께 찰칵.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언덕 위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미국에서 안 전 교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나무는 밑동이 넓은 고목으로 안 전 후보와 송 의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안 전 교수를 만났던 송 의원이 이제서야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안 전 후보의 귀국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앞으로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밝힌 안 전 교수가 '깊이 뿌리내린 나무'에 대한 구상을 끝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안 전 교수가 다음달 3월 내로 귀국할 것이라는 정황 근거들이 존재한다. 우선 박영숙 '안철수 재단' 이사장의 건강 문제다. 암 투병 중인 박 이사장의 병문안을 위해 안 전 교수가 입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안 전 교수는 무비자로 출국했다. 무비자로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90일. 현지에서 비자를 갱신하지 않는 한 3월 18일 이내에 한국으로 돌아와야한다. 하지만 미국과 맞닿아있는 캐나다나 멕시코 등을 거쳤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비자문제는 해결가능하다.
결국 문제는 안 전 교수가 이르면 2월 말~3월 초, 늦어도 4월 초에 귀국을 한다고 해도 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치인 안철수'의 모습을 보여줄지 정치권의 관심은 다시 모아진다.
◆ 安 측근들은 10월 재보선, 安 본인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
향후 2017년 대선까지 잡혀있는 정치 일정은 올해 4월·10월 재보궐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이다.
이 중에서 4월 재보궐 선거에 안 전 교수가 직접 출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가 귀국해서 출마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신 캠프 관계자 가운데 조광희 변호사(캠프 비서실장), 금태섭 변호사(캠프 상황실장) 등이 4월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안 전 교수 측은 이르면 10월 재보궐 선거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0월 재보궐 선거는 수도권·호남권 등 안 전 후보의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서 치뤄질 예정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캠프에서 실장급으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전국 선거를 치를 수 있는 준비를 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안 전 교수만큼은 차기 대권을 목표로 하는 만큼 전국 선거인 2016년 총선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박근혜 정부' 정권 후반부에 안 전 교수가 정치력을 보여줌으로써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 다지기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뜻도 읽힌다. 생각보다 늦게 안 전 교수가 정치 현실에 뛰어들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얘기다.
◆ '안철수 재단' 실무 담당 강인철 美로 불러…창당 전제 연구소 설립 초읽기?
캠프 관계자들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금태섭 변호사는 라디오, 언론사 인터뷰에서 "정당의 중요성은 누구나 동의하고, 지난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하기도 했다.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결정된 건 없다. 결정나면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안 전 교수와 연구소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캠프 관계자들은 창당을 전제로 한 조직으로 싱크탱크 형식의 연구소 설립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캠프 관계자는 "당장 가볍게 가져가기엔 싱크탱크 형태의 연구소가 될 수 있다"며 "창당은 긴 호흡으로 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창당의 전 단계로 연구소를 설립해 정강·정책 등 콘텐츠 만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 역시 "선거가 있다고 정당을 만드는 식의 정치공학적 차원이 아닌 정무·정책·정강, 시대정신 등을 차분히 채우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정책들을 내놨을 뿐,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부분 등 부족한 것이 많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섣부르게 정당을 만들어 동력을 잃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복귀 전 단계로 아·태평화재단 설립을 추진했던 것의 벤치마킹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민자당 김영삼 후보에게 패한 뒤 1993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아·태재단을 기반으로 정계에 복귀해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승했다. 이후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아울러 최근 안 전 교수가 강인철 변호사(캠프 법률지원단장)를 미국으로 불렀던 사실이 전해지면서 안 전 교수 역시 '조직 꾸리기' 작업의 마무리 구상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안 전 교수의 최측근인 강 변호사는 '안철수 재단' 설립의 실무를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이번에도 연구소 설립의 실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안 전 교수측 인사들이 민주당으로의 입당 가능성은 적다고 하는 것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창당 가능성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안철수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라고 규정한 보고서를 펴냈다. 이와 동시에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은 안철수 신당 창당 불가론을 펴면서도 "힘을 합치자고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한편으론 '아웃사이더'라고 규정하면서 한편에선 안철수가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건 '안철수 현상'만 들어오고 안철수는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라며 "한때 파트너였는데 예의가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 '타이밍 정치' 안철수 이번엔? 조광희 변호사 訪美 예정…어떤 결론 나올까?
사실 각종 설(說)만 난무할 뿐, 안 전 교수의 정치적 행보엔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심지어 그의 귀국 시점조차 불명확하다.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대선 패배 이후 혁신 작업을 진행 중이고, 3월 말~4월 초로 잡혀있는 전당대회는 룰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순 없지만 그것 때문에 뭘 못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안 전 교수가 귀국한다는 것은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그림그리기가 끝났다는 의미다. 송 의원은 미국에서 안 전 교수를 만나고 돌아온 후 기자들과 만나 "귀국한다면 고민이 끝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설 이후 조만간 조 변호사가 캠프 대표격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안 전 교수를 만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변호사는 그간 캠프관계자들과 모은 의견을 가지고 안 전 교수와 상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안 전 교수는 '타이밍 정치'를 보여줬던 것으로 유명하다. 항상 적절한 시기에 정치적 명분을 얻으며 실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안 전 교수가 언제, 어떤 전략을 가지고 귀국할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안 전 교수의 귀국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권에는 파장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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