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박근혜 정부의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가 내정됨에 따라 향후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은 융합을 통한 서비스 중심의 산업 육성책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훈 내정자는 벨연구소 사장 시절부터 융합을 강조해 왔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있는 만큼 통신 인프라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이 융합돼야 한다는게 그의 철학이다.
대표적인 융합 전략이 알카텔-루슨트의 '애플리케이션 인에이블먼트(AE)'다. AE는 통신과 콘텐츠 업체가 협력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관련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김종훈 내정자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주문시스템과 페덱스의 물류 시스템간 연동, 아마존이 킨들 사업을 위해 미국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 넥스텔과 협력한 사례 등을 AE의 본보기로 강조한 바 있다.
아마존은 전자책 사업인 '킨들'을 위해 스프린트 넥스텔과 손잡고 가입하지 않아도 이 회사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구매자가 전자책을 다운로드 하면 판매 금액의 일부를 스프린트 넥스텔에 주는 방식이었다.
특히 김종훈 내정자는 ICT의 서비스화를 주장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고객에게 서비스 형태로 ICT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들이 적절하게 결합된 서비스에 훨씬 중요성을 느낀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결국 시장과 제품들도 서비스 중심 모델로 이동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김종훈 내정자가 지난 1992년 창업한 유리시스템즈의 ATM 통신장비는 이기종 네트워크를 융합한 제품이었다. 비동기전송모드(ATM) 통신기술 장비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 전투기들이 다른 네트워크에서 오는 데이터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해 적군 전투기를 놓치는 데에서 출발했다. 서로 다른 통신 네트워크 사이에서도 데이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통합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벨연구소에서도 그가 주도한 사업은 전통적인 네트워킹 기술이 아니라 노트북을 잃어버렸을 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고급 정보들을 타인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네트워크 카드' 사업이었다. 차세대 무선네트워크 솔루션인 '라이트 라디오(light Radio)'나 '초가상 콘퍼런싱(Super Virtual Conferencing)' 기술도 그의 손에서 출발했다.
이같은 융합 서비스 구상은 박근혜 당선인의 'CPND' 전략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콘텐츠(Contents),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 디바이스(Device)로 연결되는 ICT 가치사슬에서 이들의 융복합을 통한 서비스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창조경제를 구현할 핵심은 ICT 서비스업"이라면서 "ICT 산업을 창조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김종훈 내정자가 이끄는 미래부의 ICT 정책은 박근혜 당선인의 창조경제 공약 실현을 위해 융합과 서비스를 골자로 하는 산업 육성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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