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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마른땅에 날벼락…싱크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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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2년 2월 18일, 인천시 서구의 지하철 2호선 공사장에서 지반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왕복 6차선 도로 한 가운데 가로와 세로 12m 길이에 깊이 27m 가량이 둥글게 주저앉으며 인부 1명이 매몰됐다.

멀쩡하던 도심 한복판에 뚫린 이 구멍들은 모두 '싱크홀(sink hole)'이라 부른다. 싱크홀은 글자 그대로 가라앉아 생긴 구멍을 말한다. 본래 싱크홀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를 말하며 산과 들, 바다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있다. 인천에서 발생한 사고로 대한민국 역시 싱크홀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것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싱크홀의 크기와 모양새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지각운동이 매우 안정적인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생각도 못할 경관이 많다. 예컨대 멕시코에 있는 제비동굴(Cave of Swallow)은 세계 최대의 수직 싱크홀로 지름 50m에 깊이가 376m에 달한다. 베네수엘라의 해발 2천m가 넘는 산 정상부에는 사리사리나마(Sarisarinama)라고 불리는 지름과 깊이가 350m에 이르는 싱크홀이 단층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나 있다.

이들은 모두 경이롭다 못해 보는 이의 심장을 멈추게 할 만큼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최근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공포의 대상이다. 도심지에서 싱크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려면 싱크홀이 왜 생기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싱크홀은 한마디로 땅속에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생긴다. 땅속에는 지층 등이 어긋나며 길게 균열이 나 있는 지역(균열대)이 있는데, 이곳을 지하수가 채우다가 사라지면 빈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주저앉게 된다. 이것이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퇴적암이 많은 지역에서 깊고 커다랗게 생긴다. 빈 지하공간이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토 대부분은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땅 속에 빈 공간이 잘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싱크홀이 얌전한 축에 속하는 이유다.

겨우 지하수가 빠져나간다고 싱크홀이 생길까 생각한다면 지하수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땅속은 2.5m 깊이 들어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증가한다. 깊이 25m의 암반층은 10기압의 압력을, 250m 지점에는 100기압의 압력을 받는다. 이 힘을 지하수가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지하수가 사라지면 땅속 공간은 막대한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가라앉는다.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규모도 커진다.

그렇다면 땅속을 잘 버티고 있던 지하수가 왜 갑자기 사라지는 걸까.

자연 상태의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역에서 발견된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지하수에 녹으면 서서히 땅이 꺼져 내리며 용식돌리네가 만들어진다. 땅속에 석회암 공간이 생긴 경우에는 함몰돌리네가 생겨난다. 흐르는 지하수가 지하의 소금층이나 석고층을 녹여도 지하에 빈 공간이 생겨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도심에 생기는 싱크홀은 지하수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다 쓰면 지하수위가 낮아지면서 지하수가 감당하던 압력을 땅 속 공간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 이 결과로 지표가 무너져 싱크홀이 만들어진다.

지하수를 너무 뽑아 쓰면 멀리 떨어진 곳의 지반도 내려앉는다. 지하수도 지표수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데, 지하수위가 낮은 지점에서 물을 많이 끌어 쓰면 높은 곳에 있는 지하수가 이동해 공동이 생기면서 땅이 내려앉게 된다. 2005년 6월 전남 무안과 2008년 5월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이 같은 원인으로 생겼다.

싱크홀의 원인은 이 밖에도 많다. 지표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그동안 물이 많지 않았던 흙에 물이 가득해진다. 이 때문에 응집력이 떨어지면서 지반이 약해져 땅이 내려앉을 수 있다. 또 공장에 쓸 저수지를 모래가 많은 지표층 위에 만들거나 도시 상하수관이 새면서 주변 흙에 물이 많이 스며들어도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지하수가 잘 흘러도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지하수가 흐를 때 점토, 실트, 모래 등 크고 작은 알갱이들도 함께 흐르며 지하수가 흐르는 구멍을 점점 깎아낸다. 지하수길이 침식돼 점점 커지면서 싱크홀의 위험도 높아진다. 2007년 2월과 2010년 5월 과테말라 도심지를 습격한 싱크홀은 허리케인이 쏟아 부은 빗물이 화산재층을 함몰시켜 만든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싱크홀이 점점 자주 출현하고 있다. 근본 대책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의 중단뿐이다. 지하수는 결코 우리가 맘대로 빼내 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싱크홀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도시 주요 지역에서 지하수의 흐름을 늘 모니터링 해야 한다. 특히 도심지 공사장의 무분별한 공사는 싱크홀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하겠다.

글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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