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삼보컴퓨터, 아이리버, 코원 등 IT 기기 분야에서 벤처 신화를 써내려간 주인공들이 최근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어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스마트폰 돌풍으로 PC와 MP3 플레이어 등 기존 하드웨어 사업이 위축되자 콘텐츠 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의 매출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이를 통해 하드웨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PC 벤처 1세대 기업인 삼보컴퓨터는 1980년대 설립돼 2000년에는 매출 4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해외에 다수의 생산라인을 보유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회사는 국내 대표 PC기업으로 승승장구했지만 PC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츰 내리막길을 걷게 됐고 2005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8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재기를 모색했으나 PC 시장의 어려움과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재도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창업주 품에 돌아온 삼보컴퓨터는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콘텐츠 플랫폼인 'TG튠즈(가칭)'. 올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인 TG튠즈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이용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PC전용 콘텐츠 플랫폼이다. 차별화된 점이라면 불법콘텐츠나 음란콘텐츠는 차단된다는 것.
TG삼보 관계자는 "삼보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활용도 제고를 위해 웰메이드 콘텐츠 제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TG튠즈를 기획하게 됐다"며 "아동청소년보호법의 통과로 건전한 콘텐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어 TG튠즈가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부터 MP3P 사업에 뛰어든 코원은 주력 제품인 MP3P, PMP를 필두로 지난 2009년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기도 한 기업. 하지만 스마트폰이 MP3P와 PMP 시장을 잠식하면서 2011년부터 매출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코원의 매출은 300억원 대로 전년에 비해서도 44%나 급감했다.
이에 코원은 지난해부터 디바이스보다 콘텐츠 사업에 방점을 두고 사업 다변화에 나섰다. 코원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원은 음악플레이어 제트오디오를 시작으로 벨소리, 컬러링 등을 공급해왔다. 다만 그동안 소프트웨어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며 콘텐츠 사업의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코원은 일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카라의 일본어 여행', 소셜커머스 정보 서비스 '쿠폰인사이드', 학교기반 SNS '스쿨톡', 주부전용 SNS '맘스토리' 등 여러 앱들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월에는 '도전! 가요왕 for 카카오'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코원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콘텐츠 사업"이라며 "콘텐츠 사업은 하드웨어 사업보다 이익률이 높아 투자만 지속된다면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리버는 새로운 개념의 하드웨어 '아스텔앤컨'을 선보이면서 이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리버는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며 MP3시장의 신화를 써 내려갔지만 2000년대 중·후반 아이팟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위기 타개를 위해 아이리버가 선보인 아스텔앤컨은 MQS(마스터 퀄리티 사운드) 재생이 가능한 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 플레이어다. MQS는 음반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초고음질(24비트·192kHz) 음원을 의미한다. 현존 디지털음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음원이다.
회사는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MQS 음원을 구매하기 어려운 것을 고려해 '그루버스'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초고음질 음향기기 시장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하이파이 오디오 플레이어가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제품이지만 관련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루버스는 현재 3천곡의 음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1분기까지 2만곡의 음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드웨어 기술력에 따라 성공의 유무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업체 간 기술 수준이 비슷해지고 스마트 디바이스가 여러 기기의 기능을 잠식하면서 하드웨어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소프트웨어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야만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각 업체들도 콘텐츠 사업을 모색하고 나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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