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소송 1라운드 '끝내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도 향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2일(이하 현지 시간) 오후 11시 삼성, 애플 두 회사가 제기한 이슈들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고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이날 루시 고 판사는 오는 29일 사건관리회의(case management conference)를 개최하기로 한 것 외에는 딱 부러진 결정을 내놓지 않았다. 사건관리회의란 재판에서 각종 절차를 처리하는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삼성, 애플 두 회사간 공방에 따라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바운스백 특허 유효성 공방 겹치면서 '혼란'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은 지난 해 8월 1심 배심원 평결이 나올 때가지만 해도 신속하게 정리되는 듯 했다.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면서 10억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부과하라고 평결했다.
하지만 심리불복 절차가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변수가 제기됐다. 특히 미국 특허청이 애플의 핵심 무기인 바운스백 특허에 대해 연이어 무효 판결을 하면서 판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루시 고 판사가 지난 3월초 "14개 제품에 대한 배상금 산정이 잘못됐다"면서 새로운 재판을 열라고 명령하면서 재판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삼성, 애플 두 회사가 재판 진행 방식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14개 제품 배상액 부분만 따로 뗀 뒤 가능한 빨리 재판을 재판을 진행하자는 것이 애플의 입장이다. 반면 삼성은 재판을 새로 하는 김에 애플 특허권의 유효성 부분도 함께 다루자고 맞섰다. 사실상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주장이다.
삼성은 1심 재판부가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루시 고 판사가 명령한 1심 추가 재판은 잠점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특허청이 애플의 바운스 백 특허권에 대해 또 다시 무효 선언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삼성은 "특허청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라면서 1심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미국 특허청이 최종 결정을 할 때까지 재판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루시 고 판사, 29일 일정 조정 회의 열기로
1심 판결 직후 애플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14개 제품 배상액 재산정을 위한 재판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애플은 이를 위해 배상액 관련 추가 재판을 위한 사건관리회의를 3일 중 갖자고 요청했다.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애플의 이 같은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일 회의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루시 고 판사는 대신 삼성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9일 사건관리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루시 고 판사는 AT&T에서 판매된 갤럭시S2와 인퓨즈 4G 두 제품에 대한 배상액을 재검토해 달라는 애플 요청은 받아들였다. 애플은 이 두 제품에 대해 법원이 8천500만달러 가량 계산 착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배상액 부분 재검토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루시 고 판사는 또 새로운 재판 일정 조정을 위한 사건관리회의를 오는 29일 오후 2시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루시 고 판사는 삼성, 애플 양측에 오는 22일까지 10쪽 이내 분량으로 합동진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현재로선 유동적이다. 배상액 부분만 떼서 재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삼성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29일로 예정된 사건관리회의는 취소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 요청이 기각될 경우엔 예정대로 사건관리회의를 개최한 뒤 향후 일정을 논의하게 된다.
◆삼성-애플, 9일까지 향후 일정 관련 입장 제출해야
이날 루시 고 판사는 29일 사건관리회의 전까지 진행할 일정도 제시했다.
일단 애플은 오는 9일까지 배상액 부분만 놓고 새로운 재판을 하는 것은 수정헌법 7조에 위배된다는 삼성 주장에 대한 반박 문건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문건 분량이 6쪽을 넘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수정헌법 7조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조항으로 "분쟁의 가치가 20달러를 초과하는 보통법상의 소송에서, 배심원에 의한 공판을 받을 권리가 주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은 애플이 제출한 문건에 대한 답변을 16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고 판사는 삼성 문건 분량은 5쪽 이내로 제한했다.
루시 고 판사는 또 지난 달 초 배상액 관련 판결에 대한 즉시 항소 관련 부분에 대한 입장도 제출하도록 했다. 현재 삼성은 완전히 새로운 재판을 해 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항소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항소심과 배상액 관련 1심 추가 재판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루시 고 판사는 오는 9일까지 삼성, 애플 양측에 상대편 특허권의 유효성 부분에 대한 입장도 밝히도록 했다.
즉 미국 특허청이 상대방 특허권에 대한 재심사에 착수한 부분이 어떻게 결론날 것으로 예상하는지, 또 그렇게 될 경우 1심 추가 재판이나 항소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지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도록 했다.
◆"루시 고도 바운스백 특허 공방 인식"
이 과정에선 애플 바운스 백 특허권의 유효성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단 애플은 특허청이 바운스백 특허가 무효라고 한 부분에 대해 콜롬비아 지역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애플은 또 특허청의 결정은 (삼성 주장과 달리)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루시 고 판사도 애플 바운스백 특허권 일부의 유효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상황을 의식하게 됐다"면서 "이런 과정이 길어질수록 애플이 좋을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상급법원인 연방순회법원이 애플 바운스백 특허권이 무효라고 판정할 경우 1심 배상액을 전부 새롭게 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1심 배심원들은 삼성 제품 21개가 애플 바운스백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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