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한국의 보안 시장을 잡아라'
한국의 보안 시장을 겨냥한 해외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 지사를 아시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거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디도스와 농협 전산망 해킹 등 각종 보안 사고가 이어졌고 올해에는 '3·20 사이버테러'까지 발생하면서 한국 시장이 보안 기업들의 새로운 멋이감으로 부상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 기업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시장은 잘만 개척하면 매출도 높이고 사업도 확대 가능한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외 보안 업체들, 한국 공략 강화
해외 보안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은 최근의 해킹 사고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한국트렌드마이크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능형지속(APT) 공격과 클라우드 보안 분야에 매진하겠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의지를 밝혔다. APT 공격은 3·20 사이버테러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한국트렌드마이크로는 특히 악성코드에 대한 선제적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한국에 특화된 악성코드 분석 연구실을 설립하고 국내 지사를 아시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내세웠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지역 중 최초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던 보메트릭도 3·20 사이버테러 이후 이미지, 비디오, CCTV 영상 등 방송사와 금융사의 비정형 데이터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데이터 보안 강화를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이문형 보메트릭코리아 대표는 최근 "다른 해외기업들의 한국 매출이 본사의 1% 수준인 반면 보메트릭은 5%에 달한다"며 "본사에서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위상이 높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닉선은 지난 9일 한국지사를 공식 출범시키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 역시 지능형지속(APT)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다.
미국 보안업체인 파이어아이는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한국 지사의 영업과 마케팅, 기술 인력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린 상태. 이 회사는 'APT 방어의 선도적 솔루션'을 강조하며 '우리 제품이 있었다면 3.20 대란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이밖에 시만텍코리아도 오는 17일 2012년 세계 보안업계 동향을 분석한 '인터넷 보안 위협 보고서'를 발표하고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 한국은 도전적 시장 '왜?'
해외 보안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공략할 만한 근거와 이유가 다른 어느 곳보다 풍성하니 시장 공략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해킹 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보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 있다.
특히 한국이 '보안 위협이 높은 국가'로 여겨지는 만큼 이 곳에서 성공적 솔루션 도입사례(레퍼런스)를 확보하면 다른 나라로 시장을 넓히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게다가 3·20 사태로 안랩과 하우리 등 토종 보안 업체들이 책임 소재 문제 등으로 곤란을 겪는 상황은 이들 외국 기업들에게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9일 클라우드 콘퍼런스 참가차 방한했던 스티브 창 트렌드마이크로 회장은 "한국은 해킹 발생 비율이 높아 우리가 보호한 사이트가 안전하다는 것만 입증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해외 보안업체 관계자도 "한국은 7·7 디도스(DDoS), 3·4 디도스 등 위험을 선제적으로 위험을 겪어온 나라"라며 "그만큼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보안 위협이 높은 국가'로 인식되는 점 또한 해외 보안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해외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해킹 사고 위협을 지진에 비유하자면 다른 국가들은 진도 2, 3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진도 7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잘 발전된 IT 인프라가 있는 이상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이치에 따라 한국의 보안 위협 또한 높은 것이다.
한 국내 보안업체 관계자는 "맥 운영체제(OS)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사용자가 많아 이를 겨냥한 악성코드가 더 많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네트워크,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 확률적으로 위험도 더 커지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신 보안 패치가 적용되기 힘든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이 높은 인터넷 환경도 하나의 원인이며 여전히 낮은 기업들의 보안 투자 인식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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