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이라크 추가 수주 작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16일 한화건설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와 협의 중이던 발전·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시설 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 수주가 사실상 답보상태에 빠졌다.
한화건설이 이 추가 재건사업 수주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외화 획득,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통한 경기침체 극복의 활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을 수주할 경우 연간 7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다"며 "김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인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정부가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발주한 10만세대 규모의 국민주택건설 및 단지조성공사로,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실적의 10%를 상회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특히 업계는 장기적으로 이라크 내 한국기업의 위상을 높여 오는 2017년까지 주택, 교통, 에너지, IT, 의료, 보안 등 310조원 규모 이라크 재건사업을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라크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주택 800억달러, 교통 인프라 460억달러, 에너지 800억달러, 의료·보안·정보기술(IT) 690억달러 등 총 2천750억달러를 재건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정유공장, 발전소, 도로, 공공시설 등에 최소 7천억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이라크 정부에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김현중 부회장을 비롯한 이라크사업단이 이라크 정부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5월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이라크 정부와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김 회장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본계약 체결 이후 같은 해 7월 직접 이라크를 방문해 누리 알 말리키 총리와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김 회장에게 100억달러 규모 추가재건사업 수주를 요청한 바 있다.
김현중 부회장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2·3단계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협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국과 이라크의 협력관계가 벌어진 틈을 타 중국, 터키 등 경쟁국에 재건시장 선점효과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김현명 주이라크 대사는 지난해 12월 이라크 비스마야 현장을 방문해 "한화가 이라크 시장공략에 첫발을 제대로 내디뎠고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김승연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국익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회장에 대한 상소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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