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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홈페이지 웹접근성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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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포럼-웹발전연구소 인증기관 간 대립

[김국배기자] 국내 10대 그룹의 웹 접근성 평가를 두고 인증기관 간에 서로 엇갈린 결과를 도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이 미흡해 여전히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웹 접근성에 큰 문제 없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웹 접근성이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지난달 11일부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 모든 법인에 웹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된 상태다.

◆ 웹발전연구소 "장애인 이용 어렵다" VS 장애인인권포럼 "문제 없다"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웹발전연구소(대표 문형남)와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양원태)은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에 대한 상반된 결과를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21일 웹발전연구소와 숙명여대 등은 포스코, 삼성그룹, LG그룹 등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웹 접근성 조사 결과 포스코와 삼성그룹만 상대적으로 양호할 뿐 나머지는 장애인 이용이 불편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평가 결과 웹 접근성 인증 합격 수준인 95점 이상은 포스코 단 한 곳에 불과했다. 10대 그룹 중 포스코, 삼성그룹, LG그룹 등 3개 그룹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A등급을 받았으며 GS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5개 그룹은 B등급을 받아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현대중공업과 SK그룹은 80점 미만으로 C등급을 받아 매우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그룹, 한화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은 이미 장애인인권포럼을 통해 웹 접근성을 검증 받은 곳으로 웹발전연구소의 발표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SK그룹의 대표 홈페이지들은 모두 국가 표준인 KWCAG2.0을 준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장애인 사용자들의 테스트를 통과해 웹 접근성에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반박했다.

◆ 엇갈린 결과 '왜?

엇갈리는 평가결과의 원인은 두 기관이 웹 접근성 조사에 서로 다른 지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두 웹 접근성 조사기관은 방통위의 표준 지침이자 우리나라 웹접근성 국가표준인 'KWACG2.0'을 적용해 웹 접근성 인증마크를 발급하고 있다. 현재 여러 웹 접근성 조사기관들이 발급해주는 이 마크는 법적 효력은 없으며 각 기관이 정한 일정 수준의 웹 접근성을 확보하면 발급된다.

문제는 웹발전연구소가 이번 조사에서 방통위의 표준 지침을 기반으로 웹 발전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웹 접근성과 사용성(WAU) 3.0'을 적용해 평가하면서 발생했다. 이를 두고 신뢰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조사는 인증마크 부여 목적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웹 접근성 실태를 파악하고 위한 목적이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오정훈 웹 접근성 수석연구원은 "웰발전연구소 발표의 평가항목 중 대부분이 실제 장애인 웹 접근성과 관련이 낮은 지표 평가로 신뢰하기 어렵다"며 "수질오염 조사를 대기오염 지표를 가지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가 표준이 아닌 임의 지표에 기댄 조사라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정훈 연구원은 "웹발전연구소 등의 WAU3.0 지표를 확인해본 결과 총 20개 항목 중 5개 항목(20%)만이 국가표준과 유사하며 나머지 15개 항목은 직접 관련이 없었다"며 "그나마 관련 있는 5개 항목 대부분도 자동 평가 방식으로 측정한 것으로 장애인의 사용성 여부를 제대로 평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웹 접근성과 관련이 없는 웹 사용성 영역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포함시킨 점도 문제"라며 "네트워크 트래픽과 같이 외부환경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평가 지표 발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웹발전연구소 측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평가를 인증마크 심사와 다른 방법으로 평가한 이유는 오히려 조사의 객관성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한다.

웹발전연구소는 이번 웹 접근성 평가에 10개의 항목을 모두 자동평가했다. 10개 항목 중 일부는 기존 인증 평가 항목(22개)을 일부 차용했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구성했다. 기존 인증 평가가 자동평가와 전문가평가, 사용자 평가(장애인 테스트)로 이뤄지는 반면 웹발전연구소는 자동평가에 중점을 뒀다. 수동평가인 전문가 평가의 경우 사람에 따라 조사에 편차가 생길 수 있고 심사페이지 수가 너무 적어 오히려 객관성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겸 웹발전연구소 대표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제작 배포한 자동평가 프로그램(K-WAH 4.0)은 6개 항목만을 형식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는 자체 개발한 자동평가 툴로 10개 항목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측은 "자체 개발한 평가 툴은 임의지표일 뿐"이라며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10대 그룹의 웹접근성은 평가하는 지표에 따라 웹접근성이 좋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 셈. 여차하면 정부가 제시한 평가 지표의 적절성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모양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의 '2012년 웹 접근성 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의 웹 접근성은 각각 92.4점과 94.4점이었지만 민간 분야는 66.6점에 그쳤다.

웹접근성 인증마크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웹접근성연구소를 비롯해 웹와치(한국장애인인권포럼 운영), 웹발전연구소,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운영) 등이 부여하고 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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