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최근의 불산 누출사고처럼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한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유해물법)'이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시행령 마련 등 후속 작업에서 진통이 따를 조짐이다.
환경 단체와 국회 해당 상임위는 본회의 통과 개정안이 "원안보다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규제대상인 기업들은 오히려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유해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따라 시행령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2015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안은 최근 구미, 삼성 화성 반도체 사업장의 불산 누출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누출 사고 사업장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에 갈음, 해당 사업장 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단일 사업장의 경우 2.5%를 초과하지 못하지만 사업규모, 위반행위에 따라 50% 범위내에서 가중 또는 감경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해당 상임위인 환노위가 마련한 당초안보다 완화된 것이다. 당초 안에서는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에 대해 '해당 기업 전체 매출의 최대 10%'까지로 규정했었다.
환경단체나 해당 상임위가 법이 통과됐음에도 반발하는 이유다.
환노위 관계자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크게 수정한 것은 월권행위이자 국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환노위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이같은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와 달리 기업들은 사고 책임에 대해서는 통감한다면서도 과징금 규모는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 미래전략실 이인용 사장은 최근의 불산 누출사고 재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삼성디스플레이 김기남 사장은 "(5% 규제는) 과도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 내용이 일부 완화됐지만 해당사업장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국내에 공장을 짓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환경 안전 관리 규정이 강화되면서 외부업체에 위탁했던 안전관리를 자체 관리방식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1년여를 앞둔 시행까지 과징금 부과 기준 등 세부안 마련 과정에서 논란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최근 누출 사고가 발생했던 삼성전자나 LG실트론,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제조기업들은 별도의 환경안전 관리 조직을 신설하고 추가 인력을 확보하는 등 이미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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