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방미 수행 기간 중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대해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은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의해 워싱턴을 떠났다고 발언해 청와대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란이 됐던 자신의 무단 귀국 경위에 대해 "(당일 오전)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친 후 이남기 수석이 전화를 해 할 말이 있다고 해 만났다"며 "그런데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에 '잘못이 없으니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지만, 이남기 홍보수석이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빨리 떠나라. 1시30분 비행기를 예약해놨으니 짐을 찾아 나가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윤 전 대변인은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의해 귀국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처의 몸이 아파서 먼저 귀국하겠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도 반박했다.
하지만 이남기 홍보수석은 그동안 이와 전혀 다른 해명을 해왔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밤 10시40분에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윤창중 사태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그것도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사과 형식이었다.
이 홍보수석은 4줄짜리의 사과문을 통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 드렸고,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라며 "향후 미국 측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비공개 브리핑에서도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이 있었던 현지 시각 8일 오전 9시40분경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처음 윤 전 대변인 사건을 보고 받았다"며 "이후 윤 전 대변인과 통화에서 귀국 문제에 대해 언급이 나왔던 것 같다. 정보가 많지 않고 바로 다음 일정에 참석해야 해서 A 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고 했다"고 했다.
이는 윤 전 대변인의 이날 발표와 완전히 상반되는 진술이다. 이 홍보수석은 이날 윤 전 대변인의 귀국 경위 해명에 대해서 즉각 반박했다. 이 홍보수석은 "윤창중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장에서 말한 귀국 권유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격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볼 때 향후 이남기 홍보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의 책임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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