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야후와 텀블러가 공식적으로 한 몸이 됐다. 하지만 당분간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젊은 조직' 텀블러를 야후에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야후는 20일(현지 시간) 11억 달러에 텀블러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이비드 카프 텀블러 창업자 역시 "야후에 합류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간 합병에도 불구하고 텀블러는 뉴욕에 그대로 머물면서 별도 사업 부문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데이비드 카프 역시 텀블러 최고경영자(CEO) 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메이어 "텀블러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트"
지난 2007년 데이비드 카프가 창업한 텀블러는 쉽고 간단하게 블로그를 만든 뒤 글이나 사진을 친구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에 소셜 기능을 접목한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텀블러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월간 순방문자 수만 3억 명을 웃돌 정도다. 게다가모바일 쪽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텀블러 측에 따르면 이용자 중 절반 가량은 모바일 앱을 통해 접속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바일과 소셜 부문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야후가 텀블러에 눈독을 들인 것도 이런 강점 때문이다.
텀블러에 올라와 있는 방대한 콘텐츠 역시 야후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텀블러와 야후의 콘텐츠는 서로 겹치지 않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클 것이란 게 야후 측 주장이다.
메이어는 "텀블러에 올라와 있는 패션, 예술부터 음식, 여행 등으로 스포츠, 뉴스, 금융 등 야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콘텐츠와 중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텀블러의 독특한 콘텐츠를 야후 사이트에 잘 표출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메이어가 밝혔다.
이런 콘텐츠 구성 덕분에 이용자 기반이 서로 다른 점 역시 강점이라고 야후 측이 주장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야후 이용자의 42%가 35세~64세 연령층에 몰려 있다. 이에 반해 텀블러는 10대와 20대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마리사 메이어는 이날 외신들과 인터뷰에서 "텀블러를 인수할 경우 당장 야후 월간 이용자 수가 1억 명으로 50% 가량 증가하며, 웹 트래픽도 20% 정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젠 굉장히 고무적인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야후가 독창적인 인터넷 미디어 네트워크라면 텀블러는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열광적인 미디어"라면서 "서로 더 이상 다를 수 없을 정도로 차별화되면서도 보완적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메이어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절대로 텀블러를 망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텀블러, 당분간 별도 조직으로 운영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텀블러가 야후 조직에 연착륙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메이어 취임 이후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야후는 젊은 조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들은 야후가 텀블러를 인수하기로 한 이후 '지오시티 인수 실패'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8년 전인 지난 2005년 야심적으로 인수한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 역시 대표적인 인수 실패 사례 중 하나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플리커는 야후의 관료적인 조직 내에 흡수되면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물론 야후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 텀블러 인수 이후에도 당분간은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카프에게 텀블러 CEO 직을 그대로 맡겼다. 사무실 역시 뉴욕에 그대로 두면서 야후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마리사 메이어가 전임 CEO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구글에서 잔뼈가 굵은 마리사 메이어는 젊고 자유로운 조직을 융합시키는 능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텀블러에 올라오는 '성인물' 역시 야후의 고민거리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웹 분석 전문업체인 시밀러그룹 분석 결과 텀블러 내의 인기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성인물 비중이 1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서 텀블러로 들어오는 트래픽을 따지면 성인물 비중이 더 높아진다. 역시 같은 자료에 따르면 텀블러로 인도해주는 트래픽(referral traffic) 중 22.37%가 성인 사이트로 집계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마리사 메이어는 '불간섭' 원칙을 분명히 했다. 논란이 많은 콘텐츠를 솎아낼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 그는 한 발 더 나가 "그런 부분 역시 이용자 제작 콘텐츠의 특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텀블러가 야후와 한 몸이 될 경우엔 성인물이 논란 거리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튜브를 인수할 당시 구글에 몸 담고 있었던 마리사 메이어가 이 문제를 어떻게 잘 조화시켜 나갈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번 합병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