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삼성전자가 팬택에 530억원 가량을 투자키로 한 것은 스마트폰 경쟁 관계보다 부품 수요처로서의 협력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의 휴대폰 칩 업체인 퀄컴이 팬택에 투자한 의도와 비슷한 차원인 셈이다.
22일 팬택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로부터 총 발행주식 10%(5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식 취득에 따라 삼성전자는 퀄컴(11.96%) 및 산업은행(11.81%)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업계는 이번 투자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거뒀다고 분석하고 있다. 팬택으로서는 최근 몰리고 있는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국내 기업 사이의 상생 사례를 제시하고 ICT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자사 스스로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로 발돋움한 데 이어 국내 휴대폰 산업의 발전에도 상당한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이번 삼성의 투자와 관련해 "삼성이 팬택을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상생과 공존을 위한 틀로 본 것 같다"며 "이번 투자는 삼성이 엔저 등 경제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전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리도 챙길 수 있다. 팬택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로부터 총 8천116억원어치의 부품을 구매한 주요 고객사다. 따라서 이번 투자를 통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팬택을 지원함으로써 더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삼성보다 먼저 팬택에 투자를 단행한 미국 퀄컴의 의도와도 같은 것이다. 퀄컴은 지난 1월 약 245억원을 추가 투자해 팬택 1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지난 2012년 매출 2조2천344억원에 영업손실 776억원을 기록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가중된 팬택에는 퀄컴의 투자가 경영을 안정화할 기틀이 돼주었다.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플레이어가 시장에 존재해야만 시장 발전이나 기업 스스로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며 "이를 알고 퀄컴과 삼성이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이나 퀄컴의 투자가 팬택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팬택은 이번에 유치한 자금을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에 대한 투자 효과는 단시간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글로벌 스마트폰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3조원에 가까운 마케팅 투자를 했다. LG전자의 광고 선전비도 6천억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팬택의 광고 선전비는 1천억원 수준. 이번에 수혈을 받아 추가로 투자한다 해도 2천억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올해 잇따른 투자 유치로 팬택이 추가 투자를 받을 가능성은 커졌다는 점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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