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지난해 처음 등장한 울트라HD TV(UHD TV)가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올 하반기 65형, 55형 등 보급형 UHD TV 출시를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했을 때 65형, 55형 TV를 일반 대중에게 널리 판매한다는 의미에서 '보급형'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석연찮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TV 크기는 아직도 40인치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격 또한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제품 크기와 관련해 제조사들이 최소 55형까지만 출시 계획을 밝힌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UHD 해상도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렇다. 풀HD보다 4배 더 선명한 '초(超)고화질'을 지향하는 UHD TV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화면이 커야 그 선명함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과 관련해서는 '보급형'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시장에 이미 나와 있는 기존 제품들, 예컨대 삼성 85형 UHD TV(UN85S9AF)와 LG 84형 UHD TV(84LM9600)는 가격이 무려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현존 최고의 프리미엄 제품들인데다 극소량을 생산하는 만큼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보급형이라고 불리는 65형, 55형 UHD TV라도 어느 정도 합리적이어야 할텐데 소비자들은 이마저도 헛물만 켤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김현석 부사장은 최근 보급형 UHD TV 가격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가격에 내놓겠다"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소니보다는 좀 더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 앞서 TV사업부장 이인규 상무가 "55형 및 65형 UHD TV 가격은 기존 3D 스마트TV의 두배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관건은 그래서 '소니'가 된 셈이다. 현재 TV 시장에서 수세에 몰려 있는 소니는 경쟁사인 삼성, LG보다 발 빠르게 보급형 UHD TV를 출시한 상태다. 제품 가격은 55형이 4천999달러이고 65형은 6천999달러 수준이니 원화로 환산할 경우 500만~700만원대다. 이 가격이 파격적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가 받아들이기에는 같은 크기의 LCD(LED) TV보다 거의 두배 이상이니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삼성 LG 제품은 이보다 가격이 더 높을 예정이니 부담은 더 커진다.
가격만 비싼 게 아니다. 아직은 부족한 '컨텐츠'도 문제다. 실제로 UHD TV를 진열해 놓은 매장에서도 특별 제작된 고화질 영상만 반복해서 틀어줄 뿐 다른 일반 영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만큼 현재로서는 볼 만한 UHD 컨텐츠가 없다. 평범한 영상의 화질을 UHD급으로 높여주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있지만 제조사들도 진짜 UHD 컨텐츠와 동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볼 것은 없는데 가격까지 비싸니 소비자한테 UHD TV는 당분간 '빛 좋은 개살구'일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UHD TV는 분명히 TV가 진화해 가는 옳은 방향이다. 그래서 문제는 국내 제조사들이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선을 어떻게 찾아내느냐는 점일 수 있다. 특히 소니 외에 중국 TV제조사들까지 싼 값에 UHD TV를 쏟아내고 있는 실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 상황에서는 제품 마진보다 UHD TV 시장 확대와 점유율 제고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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