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시공사 대표)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1차 취재 결과물 중 네 번째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인물은 전씨 단 한 명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 씨는 영문명 'Chun Jae Kook'으로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의 단일 주주 겸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04년 7월28일에 설립됐다. 한국내 주소지는 기재되지 않았고 싱가포르 소재 법률 사무소가 중개한 기록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 2004년 8월13일 블루 아도니스 이사회 결의서 내부자료에서 이 회사의 등기이사 주소로 '서울 서초동 1628-1번지'가 기재됐는데, 이곳은 전 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시공사'의 본사 주소다. 또한 'YP08'로 시작하는 전씨의 여권 번호도 일치했다.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는 "블루 아도니스는 자본금 5만달러짜리 회사로 등록했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한 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고 설명했다.
전씨는 블루 아도니스 명의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법인계좌도 개설했다. 이 은행은 일반인상대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곳이며, 해당 지점에는 한국인 간부가 2명 일하고 있다. 앞서 뉴스타파가 2차 명단 공개시 포함됐던 SK그룹의 전 임원 조민호씨의 비밀계좌도 이 은행 관계자가 관리했다고 뉴스타파는 설명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씨는 블루 아도니스 명의로 2004년 9월22일까지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관련 공증서류가 배송과정에서 분실돼 즉시 개설되지는 못했다.
당시 PTN 싱가포르 본사와 버진아일랜드 지사 사이에서 긴급히 오간 이메일에는 이와 관련해 "고객인 전재국씨의 은행계좌에 들어있는 돈이 모두 잠겨 있다. 이 때문에 전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는 전씨가 당시 어떤 계좌에 예치했던 돈을 블루 아도니스의 아랍은행 계좌로 급하게 이체하려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뉴스타파측은 추정했다.
뉴스타파측은 전씨가 조세피난처를 세운 시기가 지난 2004년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다시 불거진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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