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벤처캐피탈업계가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기준수익률이 '8%대'로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 수치는 2000년 초반쯤 금리가 높을 때 형성된 것으로, 벤처투자자금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암묵적 기준수익률(Hurdle rate)이다. 기관은 이 수치를 기준으로 이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운용사에 성과보수를 지급한다.
지난 4일 오후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업계 CEO들은 이 같은 점을 입 모아 지적했다.
이종갑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 회장(네오플럭스 부회장)은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수익률 8%를 요구하는 나라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자금인 모태펀드는 원칙적으로 이런 기준선을 없앴지만, 현실에서는 8%로 통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모태펀드 자금 외에도 여러 연기금과 공제회 등 다수의 기관 자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투자요건을 동일하게 맞추다 보면 모태펀드의 입장과 달리 결국 8%의 수익률로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송현인베스트먼트의 이영수 대표도 "연기금이 기대수익률을 낮춰서 요구해야 한다. 적어도 6% 정도로 내려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VC협의 이 회장은 "VC들이 보통주가 아닌 전환상환우선주로 벤처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가 아니라 대출 아니냐는 말이 얘기가 있는데, 이 방식은 미국 실리콘밸리나 유럽에서도 벤처 투자시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이라며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8%대의 고수익률을 고집하는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안전한 투자 회수를 위해 전환상환우선주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환상환우선주란 우선주에 '전환권'과 '상환권'을 추가한 것으로, 주주가 투자자금 회수를 용이하게 만든 우선주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을 제한하는 대신 배당을 더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환상환우선주의 '전환권'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다. '상환권'은 해당 우선주 주주가 기업에 그 주식을 소각하고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즉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VC협회 측은 이 같은 전환상환우선주의 보호장치에 대해 "벤처 투자시 기업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측면을 감안한 것"이라며 "우선주에 왜 의결권이나 상환권을 붙이느냐를 문제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VC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환권과 상환권 모두 미국에 비해 투자자의 권리가 제한적인 상태다.
전환권의 경우, 우리나라는 1주당 1표의 의결권만 인정하지만 미국은 1주당 여러 표를 줄 수도 있다. 또 상환권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이익을 못내면 상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기업 형편과 무관하게 상환권을 지닌 주주의 요구가 있으면 무조건 기업은 주식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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