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오픈소스 운영체제인데 웬 반독점 조사?"
독점적 지위 남용 문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유럽연합(EU)이 또 다시 구글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엔 검색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현지 시간)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에게 구글의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EC의 이번 조사는 아직 예비단계로 본격적인 반독점 조사로 이어질 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안드로이드, 엄밀히 말해 오픈소스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흔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소스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떻게 반독점 행위가 성립될 수 있는걸까?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가 이 부분을 설명해주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와 상용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믹스드 소스(mixed source)' 제품이란 얘기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몇 가지 핵심 소스코드에 대해서는 '클로즈드 소스(closed source)'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구글 로고와 안드로이드의 상징인 녹색 로봇 로고를 사용하기 위해선 이 부분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
구글은 또 클로즈드 소스 조건을 받아들이는 단말기 업체들에 한해 구글 플레이 앱스토어 클라이언트 같은 앱을 제공한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공짜로 가져다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 로고의 상업적 가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업체들 입장에선 '클로즈드 소스' 부분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설명이다.
◆"구글 맵 등 영향력 확대 위해 지위 남용"
이런 배경 지식을 깔고 EC의 이번 조사를 한번 살펴보자.
이번 조사는 MS, 노키아, 오라클,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 17개 업체로 구성된 국제연합 '페어서치(FairSearch)'가 지난 4월 구글을 EC에 제소하면서 촉발됐다.
이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클로즈드 라이선스 부분을 무료 제공하는 대신 구글지도, 유튜브, 구글플레이 등을 기본 탑재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C는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들에게 82개 항목으로 구성된 질의서를 발송했다. 질문의 핵심은 크게 구글이 ▲덤핑을 하지는 않았는지 ▲윈도폰 같은 경쟁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등 두 가지로 모아진다.
물론 구글은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업체, 통신사, 소비자들 모두 자유롭게 이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론적으론 구글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져다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몇 가지 조건들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단말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게 쉽지 않다. 구글 로고가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74%에 이른다. 삼성처럼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가 아닐 경우 구글의 '클로즈드소스' 조건을 쉽게 뿌리치기 힘들다는 얘기다.
◆포스페이턴츠 "공식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 많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대로 EC의 이번 조사는 아직까지는 예비단계다. 반독점 혐의가 있는 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예비조사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공식 조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포스페이턴츠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단계이긴 하지만 EC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관행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반독점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전망인 셈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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